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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Oct 31. 2020

불교를 철학하다/이진경 지음/휴

  -외로울 땐 독서


 21세기 불교를 위한 하나의 초상.


 이 책은 저자가 2015년 <법보신문>에 일 년간 연재했던 글을 고치고 새로 덧붙이고 모아서 만든 책이라고 한다. <철학의 모험>의 저자로만 알고 있던 '이진경'이라는 이름은 필명이었고, 본명은 '박태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 제목 그대로 이 책은 불교를 '철학'한 책이다. 심오한 불교 이야기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해 준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인 듯하다.


제1장 '나의 본성은 내 이웃이 결정한다'에서부터 마지막 14장 '무지 이전의 무명에서 생멸 이전의 존재로'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이 펼쳐진다. 책 내용을 완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언저리 근처에까지 끌고 간 저자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책에는 엄청난 양의 내용이 실려 있어서 여기서 일일이 그것을 다 언급할 수는 없다. 다만 그중에서 인상적인 내용이 있어서 옮겨 본다. 


 연기란 무엇인가? 연하여 일어남이다. 연한다는 것은, 어떤 조건에 연하여 일어남이고, 어떤 조건에 기대어 존재함이다. 반대로 그 조건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음, 혹은 사라짐이다. 


 

 저자는 이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바이올린을 예로 들었다. 바이올린이 연주자를 만나면 악기가 되지만, 다른 조건을 만나면 장작이나 장난감이나 장식품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것은 연한 조건이 만들어 낸 것이며, 그 모두가 '본성'이라는 것. 연기적 사유가 자성 없음을 설하는 '공'이라는 개념을 선명하게 보여준 예였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무수한 예를 들어가며 불교를 철학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보물주머니다. 저자는 불교를 철학했지만, 나는 불교를 모험한 책이다. 하여, 놀랍고도 대단한 책이다.

심오하면서도 즐거운 책은 드물다. 이 책은 그 드문 책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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