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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Nov 13. 2020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

  -외로울 땐 독서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말은 청량음료처럼 톡 쏘는 맛이 있다. 그와 함께한 인류사 여행은 꽤나 흥미로웠다.

 그는 인류사에 있었던 큰 혁명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인지 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 그것이다. 약 7만 년 전의 인지 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고, 약 만 이천 년 전에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속도를 가속화했고, 불과 오백 년 전에 시작한 과학혁명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판이 다른 역사를 쓸 것이다.


 인간이 먹이사슬의 정점으로 오른 것은 1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가 출현하면서부터라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언어'와, 대규모 단위의 협력을 가능하게 한 허구인 '공통의 신화' 덕분이라고 한다.

 수렵채집인의 삶에서 농업혁명의 삶으로 넘어간 인류는 결코 더 행복하지 않았다. 농업혁명은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기 때문에 농부들은 더 열심히 일했지만 더 열악한 식사를 해야만 했다. 이 혁명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한 저자의 말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
 그의 주장은 다수가 참여하는 게임에서 어떻게 모두에게 해가 되는 시각과 행동 패턴이 뿌리를 내리고 퍼져나가는 지를 설명해주는 '게임이론'에서 더욱 확실해진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예전보다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스트레스와 경쟁에 시달리고 있고, 오히려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혁명은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19장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였다.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정신세계와 감정 세계는 수백만 년의 진화에 의해 만들어진 생화학적 체제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의 행복은 외부 변수가 아니라 신경 뉴런,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다양한 생화학 물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역사적 사건은 우리의 생화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류사의 진화 과정을 통해 인간은 더 행복해진 것일까",라고 묻는 저자의 질문이 내게는 가장 의미 있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행복의 관건은 의미에 대한 개인의 환상을 집단의 환상에 맞추는 데 있을지 모른다"는 말에도 깊게 공감했다.


 특히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적나라한 분석과 비판이 매력적이었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유일한 종이 아니었으며 지구 생태계를 파괴한 원흉이라는 것. 그리고 이 푸른 행성이 사피엔스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 모두 새겨들을 만한 지적이었다. 
 
 인간을 인류사라는 큰 판에서 내려다볼 때 개인의 행복이나 불행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존재의 미미함을 느끼게 되고, 그럴 때 비로소 겸손해진다. 진정한 행복은 겸손함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인류사의 큰 족적을 따라가 보는 것의 의미가, 이런 깨달음을 얻는 데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주제넘은 의견을 조심스레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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