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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Dec 11. 2020

거미 여인의 키스/마누엘 푸익/민음사

  -외로울 땐 독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형무소에 수감된 발렌틴과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자이며 동성애자인 몰리나의 대화로 구성된 소설.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두 인물이 감방이라는 밀폐된 작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해가는 과정을 특이한 방식으로 보여 준다.

 감옥에서의 따분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몰리나는 자기가 본 영화를 발렌틴에게 얘기를 해주는데, 있는 그대로의 내용이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적당히 각색해서 들려준다. 발렌틴에 대한 자기감정을 교묘하게 섞는 식이었다.

 영화 이야기를 통해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을 느낄 수 있어 나름대로 즐거웠다.


 어떤 지적인 이념에 경도된 사상가이든,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든, 인간에게는 원초적 감정인 '사랑'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소설로, 나 개인적으로는 ' 소통'의 위대함을 느낀 작품이었다. 인간은 서로 소통함으로써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는 것.


 두 사람 간의 대화는 단순하면서도 즐거웠다. 그러나 거론된 영화를 통해 언급된 각종 심리에 관한 방대한 전문이론들이 소설 자체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을 오히려 힘들게 했다. 작가로서는 전문 장치의 한 수단으로 설정한 것이겠지만, 보통의 독자로서는 오히려 '악수惡手'인 듯했다.(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ㅎ)


 이 작품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연극으로 많이 상연되었고, 또 영화로도 상영됐다. 직접 관람은  못했지만,  연극이 영화보다는 관객들의  감정이입이 더 잘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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