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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Dec 22. 2020

숨은 신을 찾아서/강유원/라티오

  -외로울 땐 독서

 

 강유원의 책은 처음이다. 책의 부제가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에 관한 성찰'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책은 얇지만 내용은 두꺼워 쉽게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 대한 내용이 전체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고백록>을 통한 강유원의 고백인가.

 저자는 신과 종교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 듯했지만, 명료하게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순전히 나의 저급한 이해능력 탓이다. 

 난해했던 독서 과정 중에서도 몇몇 반짝이는 문장들이 있어 그것만이라도 옮겨 본다. 


 


 인간은 신을 보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인간은 신을 찾는다. 그러나 신은 보이지 않는다. 숨어 있다. 비교 검증할 데이터가 없으니 신을 만났다는 것을 확인할 도리가 없다.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인간 자체를 탐색하는 것이다. 


 

-결국 '신'이라는 것도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닐까? 살다 보면 인간의 능력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일들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인간에게는 인간을 넘어선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에, '신'을 창조한 것은 아니었을까. 무신론자인 나는 건방지게도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어쩌면 인간 자체를 탐색하는 일이 신과 만나는 일과 맞닿아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야기, 그것은 우리가 구성하는 것이다. 우리 눈 앞에 다양하게 흩어진 사태들이 있다. 그것들을 나누고 모아서 하나로 꿰어진 설명을 만들어낼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그 사태를 이해하였다고 믿는다. 즉 현전 하는 사태들, 정재들에 대한 그럴듯한, 믿을 만한 설명을 꿰어서 체계적으로 만들어낼 때에라야 만족에 이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신념의 체계'이다. 과학도, 철학도, 종교도, 예술도 이러한 체계들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런데 철학이 하는 일은 하나 더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념의 체계들이 잘된 것인지 검토하는 것이다. 철학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을, 신념의 체계들을 음미한다.



-과학, 철학, 종교, 예술이 만들어낸 체계들을 검토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한다. 저자의 정의에 대해 놀라워하면서도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모든 신념의 체계들을 음미하는 철학은, 보통 사람인 내게는 아직은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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