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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Dec 21. 2020

고맙습니다/ 올리버 색스/alma

  -외로울 땐 독서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불리는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작품. 

삶의 마지막 2년 동안 쓴 에세이 네 편 '수은', '나의 생애', '나의 주기율표', '안식일'이다. 주로  나이 든다는 것, 질병, 죽음을 응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제일 앞장에 이런 내용이 쓰여 있다. 


 

나는 지금 죽음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죽음을 앞둔 그의 느낌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문장이어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는 살아온 삶에 대해 Gratitude , 즉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책 제목이 <고맙습니다>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그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더 이상 그의 작품을 볼 수 없어서 서운할 따름이다. 그러나 그가 '나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한 이유는, 그의 책을 통해 독자들이 계속 그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품 '수은'에서 노년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인상적이어서 옮겨본다. 수은(Mercury)은 주기율표에서 80번 원소이다. 그의 나이 여든 즈음에 쓴 글이다. 


 


 나는 이제 한 세기가 어떤 시간인지를 상상할 수 있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은 마흔이나 예순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나는 노년을 차츰 암울해지는 시간, 어떻게든 견디면서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간으로만 보지 않는다. 노년은 여유와 자유의 시간이다. 이전의 억지스러웠던 다급한 마음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탐구하고 평생 겪은 생각과 감정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여든 살이 되는 것이 기대된다. 


 



 여든을 앞두고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평생 끊임없이 삶을 성찰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그는 참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간 사람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지만, 그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따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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