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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Dec 27. 2020

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민음사

  -외로울 땐 독서


<인간 실격>? 제목이 충격적이다. 실격의 반어 어를 합격으로 본다면 인간으로서 합격 QA를 받을 수 있는 자는 과연 얼마나 되며, 누가 실격과 합격을 판정할 수 있을까? 인간을 창조한 신은 더더욱 그런 판정을 내릴 수 없을 것 같은데.... 


 이 작품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인 이야기 같지만, 자서전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모든 작가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 실격>은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작으로 불리며, 다자이 오사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라고 한다. 그런 만큼 읽기 전부터 큰 기대를 했다.

 그런데 지나친 기대는 늘 배반을 전제로 하듯이, 이 작품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거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인간의 심리 상태를 정밀하게 잘 드러낸 작품이었다.


 주인공 '요조'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을 죄스럽게 여기며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늘 광대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이런 행위는 자기 자신을 철저히 숨기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그의 내면은 늘 우울하고 불안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이용을 당했다. 악착같은 생존 경쟁의 삶을 살아가기에는 그의 심성은 너무 여리고 순수했다.

 그는 다섯 번의 자살을 시도하는데 마지막 자살은 연인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시도하여 그의 나이 서른아홉에 이승의 삶을 끝냈다. 그렇게 여러 번 자살을 시도한 이유는, 그에게는 삶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창백하고 우울한 한 인간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이 작품이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작품 속에서 우리 모두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보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는 인간으로서 합격품일까?

절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내 가슴속에서 계속 메아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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