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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Dec 28. 2020

책이 입은 옷/ 줌파 라히리/마음산책

  -외로울 땐 독서


 줌파 라히리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해본다. 그녀는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성장했다. 어릴 때부터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예민하게 느낀 것이 결국 작가로 성장하게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책이 입은 옷, 즉 책의 표지에 대한 에세이집이다. 책의 내용과 표지와의 관계는 사람의 인격과 옷차림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듯했다. 외관만으로 한 사람의 인격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는 실제로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책의 표지 또한 마찬가지로 책 내용과 상관없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관심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작가는 차라리 '발가벗은 책'을 그리워한다. 책날개에 어떤 내용도 요약되어 있지 않고 작가의 사진도 없는 책, 그래서 어떤 책인지 전혀 알 수 없어서 비밀스럽게 느껴지는 책. 그 무엇도 드러내지 않는 책. 이런 책은 알기 위해서 책을 읽는 수밖에 없다.


 작가는 어떤 장식이나 치장 없이 텍스트에 직접 닿을 수 있는 책을 그리워하지만, 이제는 그런 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책, 설명이 없는 책을 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 표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게는 사람 이야기로 들렸다. 표지가 텍스트보다 독자들의 눈길을 잡는 세태가 떠올랐고, 외관에 구애받지 않고 한 사람의 진실에 다가가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 그런 생각 때문에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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