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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Jan 26. 2021

주기율표/프리모 레비/돌베개

  -외로울 땐 독서


 프리모 레비의 작품이어서 호기심에서 읽어본 책. 제목도 특이했고. 이 작품의 제목처럼 주기율표의 21가지 화학원소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을 토대로 쓴 자전적 에세이다. 몇 군데 판타지성 글도 있긴 하지만.


 내게 있어서 화학은 복잡한 화학식을 떠올리게 하는 아주 따분한 학문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나의 무지몽매한 고정관념을 깨뜨려주었다.


작가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다. 


 


"인간의 고귀함, 수만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얻은 그 고귀함은 물질을 정복하는 데 있으며, 내가 화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바로 그 고귀함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물질을 정복한다는 것은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이며, 물질을 이해하는 것은 우주의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데 필요하다." 


 


 그의 생각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모든 학문을 공부하기에 앞서 그 학문과 사랑에 빠져야 진정으로 학문을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진지함은 삶 또한 빛나게 하는 것이다.


 이제 책 이야기로 들어가야겠다.


레비는 '아르곤' 같은 비활성 기체를 유대인 선조와 비교를 하고, 행동하는 삶을 살다 간 그의 친구 산드로  델마스트로를 '철'에 비유했다.


그는 수형번호 174517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했던 끔찍한 경험은 '금'과 '세륨'에서 언급했다. 그리고 '바나듐'원소 편에서는 수용소에서 만났던 독일인 기술자 로타르 뮐러 박사를 회사일로 우연히 접촉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진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의 이야기였다. 뮐러는 레비의 용서와 이해를 받고 싶어서인지 레비를 만나고 싶어 했고 레비는 그 요청에 답했다. 그렇지만 8일 후  뮐러 박사가 갑자기 죽어버려 그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뮐러 박사를 볼 때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생각났다. 인간이란 상황에 따라서 굉장히 가변적인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레비는 수용소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했지만, 이 책에서는 한 인간으로서 자기 삶을 담담히 그려냈다.

화학 원소의 성질을 빗대어 어떤 인간이나 자기 체험을 묘사한 이 독특한 개성의 글쓰기는, 뼛속까지 화학자인 그의 낙관성과 유머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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