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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서치

-나 홀로 시네마

by 푸른 오리


제34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 Best of NEXT를 수상한, <서치>는 인터넷의 여러 기능을 이용한,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촬영한 영화다. 감독인 아니쉬 차간티는 알프레드 P.슬로안 상을 받았다.

예전에 구글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던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그의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영화를 독특한 방식으로 촬영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기를 활용해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CCTV, 페이스북, 구글, 윈도우 운영체제 등으로 관객들에게도 친숙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느 날 고등학생인 딸 마고가 실종됐다. 밤에 부재중 전화가 3통이나 왔는데, 아빠 데이비드는 자느라고 전화를 받지 못했다. 아침에 마고가 집에 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데이비드는 딸에게 전화를 하지만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데이비드는 처음에는 마고가 친구 집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에 학교에 갔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자 점점 불안해한다. 딸의 피아노 선생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마고가 피아노를 그만 둔지 6개월이나 됐다고 했다. 그동안 렛슨비는 꼬박꼬박 부쳐주었는데 말이다.


데이비드가 딸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지만 아는 전화번호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아내가 죽기 전에 알던 이웃에게 전화를 해서 마고 이야기를 한다. 그 이웃에게는 마고와 동갑내기 아들 아이작이 있었는데, 그녀는 마고가 자기 아들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캠핑 갔을 거라고 말했다.

데이비드는 마고가 연락도 없이 그렇게 갈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작에게 전화를 좀 해달라고 했다. 나중에 아이작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마고는 오지 않았다고 했다.


데이비드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마침 집에는 마고가 두고 간 노트북이 있었다. 데이비드는 그 노트북에서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검색하며 마고 친구들의 연락처를 추적했다. 그렇지만 마고와 친하게 지낸다는 친구들이 없었다. 딸이 무척 외로웠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된 데이비드는 가슴이 몹시 아팠다.


마고가 실종되기 전 장면에서는, 데이비드가 수시로 마고와 face time이라는 휴대전화 영상통화를 했다. 아빠로서 엄마가 없는 딸과 친근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이런 식으로 데이비드는 수시로 딸과 소통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딸이 실종되고 나서 보니, 자신이 딸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고의 실종사건을 담당한 사람은 여자 경찰관인 로즈메리 빅이었다. 그녀는 그 사건을 배정받았다고 했다. 그녀에게도 마고 또래의 아들이 있었다. 데이비드는 또래의 아이가 있는 그녀가 수사를 맡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부모로서 그의 심정에 공감해줄 거라고 믿었다.

로즈메리는 부모라고 해서 자식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녀의 아들은 이웃에게 경찰을 위한 모금을 한다면서 돈을 중간에서 갈취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웃들에게 그것이 진짜 자선모금이었다고 했다. 부모의 직업이 무엇이든 간에 자식을 향한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로즈메리는 열심히 수사한 결과, 사건을 가출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리고 갑자기 어떤 성범죄자가 마고를 죽였다고 고백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그다음 날 그 남자는 죽었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인터넷에서 로즈메리와 그 남자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서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경찰에 전화를 해서 로즈메리에 대해서 알아본 결과, 그녀는 사건의 배정을 자원했다고 했다. 데이비드는 서장에게 연락해서 그녀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로즈메리의 아들 로버트는 어릴 때부터 마고를 좋아했다. 그런데 마고에게 직접 다가갈 용기가 없어서 가상의 여성인 한나를 내세워 마고에게 접근했다. 마고에게 자기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있고, 그래서 당장은 돈을 벌어야 하고 학교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마고는 어릴 때 죽은 엄마가 생각났고, 가슴이 아팠다. 마고는 피아노 레슨을 받지 않고 모은 돈을 한나에게 보냈다.


한편 한나로 행세하던 로버트는 죄책감을 느끼고, 마고에게 진실을 알리고 돈을 돌려주기 위해서 마고에게 갔다. 차 안에서 마약을 하고 있던 마고는 놀라서 로버트를 때리고 달아났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은 절벽에서 몸싸움을 벌였는데, 로버트가 실수로 마고를 밀어버렸다. 캄캄한 밤이어서 마고의 생존 여부를 알 수 없었던 그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로즈메리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스스로 그 사건을 맡겼다고 나섰고, 그 사건을 가출 사건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마고가 절벽에서 떨어진 날로부터 5일이나 흘렀다. 그렇지만 마고가 추락한 후 이틀 후에 비가 내렸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던 데이비드와 경찰들은, 마고의 생존 가능성을 확신하고 절벽 아래를 수색했다. 다행히도 마고는 빗물 덕분에 살아있었고, 구출되었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이 영화는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찍은 영화다. 물론 그 방식의 새로움에 많은 찬사를 던질 수도 있겠지만,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게 했던 영화이기도 했다.


아내가 죽은 후 데이비드는 마고와, 아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아픈 상처를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고는 엄마를 그리워했고,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아빠와 나누고 싶었다.

아빠는 딸과 떨어져 있을 때는 face time 동영상으로 딸과 친밀함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딸이 진짜 원하던 소통은 없었던 것이다.


마고는 외로워서 데이비드의 동생, 피터에게 가서 자신의 외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피터는 마약을 하고 있었는데, 조카를 측은하게 여긴 나머지 마약을 주었다. 잘못된 애정의 방향이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마고의 행적과 동선을 파악한 데이비드는, 동생이 마고와 연루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를 추궁했다. 그런데 동생의 말을 듣고서, 비로소 데이비드는 자신과 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았다.

동생은, 마고가 아빠랑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빠가 엄마 얘기를 피해서 무척 외로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아노를 그만둔 이유는, 어릴 때 엄마가 피아노 치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계속하기가 싫었다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는 인터넷 친구를 돕기 위해서 돈을 모으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데이비드는 수시로 face time을 통해서 대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마고가 실종되자, 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음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사실 우리도 그런 면이 있지 않나? 부모, 배우자, 그리고 자식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종종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에서 일어난 것처럼 어떤 사건이 생긴다면, 데이비드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과 실제의 가족 모습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때가 많다.

즉, 습관적으로 가족을 대하고, 기존의 생각만으로 그들을 대하기 때문에, 사실은 가족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는지도 모른다. 가족은 너무 가깝기 때문에, 사실은 친구나 이웃보다는 더 진지한 대화를 하지 않고 살 때도 많다. 그러니 가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데이비드는 딸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딸이 사라진 후에야 겨우 깨달았다. 그렇지만 그가 딸을 지극히 사랑하고 있었던 것만큼은 진실이었다.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있었던 아빠였기에, 실종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해서 마침내 딸을 찾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진한 부성애를 뭉클 느끼게 한 영화였다.

그리고 여경찰관인 로즈메리는 삐뚤어지긴 했지만, 안타까운 모성애를 보여주었다. 범죄를 수사해야 할 경찰관이, 아들을 위해서, 범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우리나라 영화 <마더>가 문득 생각났다.

어느 나라이건 부모의 사랑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 방향성이 문제가 될 때가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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