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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Mar 31. 2021

만물의 텍스트는 열려 있다

-마음의 고샅길


어제 자두나무 꽃에 관한 짧은 시를 올렸다. 

내 시에서는 새하얀 꽃으로 표현을 했는데, 이웃 작가님께서 자두 꽃은 연둣빛이 돌지 않는가? 하는 의견을 주셨다. 

자두나무 곁을 지나갈 때마다, 꽃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의심 없이 순수한 흰빛깔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눈이 나빠서였을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더니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었다.


 장미과 벚나무 속에 속하는 자두나무의 꽃. 자두나무는 흔히 오얏나무라고 부른다. 오얏은 자두의 옛말이다. 개화기는 4월이며 분포지역은 한국, 중국이다. 꽃색은 흰색이며 꽃말은 순백, 순박이다.


 자두 꽃 사진을 확대해서 자세히 보았더니 꽃줄기와 꽃받침이 연두색이었다. 꽃잎이 작은 데다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상대적으로 꽃줄기와 꽃받침이 흰 꽃잎과 어우러져 약간 연둣빛이 돌기도 했다.

 아하! 그래서 그 작가님은 연둣빛이 돈다고 한 것 같다. 

 재미있었다. 물론 내 시력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난 자두 꽃을 늘 희다고 생각했고 꽃말처럼 ‘순백’의 이미지로 느끼고 있었다.

 같은 대상을 보고도 나는 순백의 꽃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분은 연둣빛이 도는 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자두 꽃을 시적 대상으로 받아들여 더욱 흰빛에 집착했는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그분은 대상을 사실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같은 대상을 보고도 바라보는 사람들 각각의 시선으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 시선에는 각각의 살아온 배경과 다양한 경험도 영향을 줄 것이다.


 예전에 독서모임을 했을 때의 경험이 생각났다. 회원들은 같은 책을 읽고도 각각 다른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책의 저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썼든 간에, 일단 책이 출판되고 나면 책은 작가의 손에서 벗어나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독자들은 그 책에서 각각의 다른 모습을 읽어낸다. ‘텍스트는 열려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만물의 텍스트는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각각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 작가님의 짧은 댓글 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분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본 것이 꼭 진실은 아니며 다 맞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점심 먹고 산책하며 자두나무 옆을 지나가며 나무를 다시 바라보았다.  

 어느새 나무 잎사귀들이 많이 자라 연둣빛이 진해져 있었다. 

 아름다운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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