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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Apr 19. 2021

눈과 손, 그리고 햅틱/ 박정자 지음/기파랑

-외로울 땐 독서





낯선 세계와의 조우.

낯선 세계는 고통스럽지만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회화에 전혀 문외한인 나는, 이 책에서 처음으로 영국 최고의 표현주의 화가인 프란시스 베이컨을 만났다.


회화에서 일체의 의미를 배제한 베이컨의 회화는 칸트의 숭고 미학과 잘 부합된다고 한다. 그의 그림은 철저히 서사를 거부하고 자신의 감각을 직접 전달해주는 비 삽화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 우연성에 강력하게 의존한다.

흔히 그의 그림 속의 인물들의 형체는 의도적으로 뭉개져 있고, 날 것의 고기 같은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베이컨은 고기에 대한 강한 연민을 가지고 있는데, 고기는 살의 모든 고통과 색을 지니고 있으며 십자가형을 떠올리게 한다.


베이컨이 기존 회화의 삽화성에서 벗어나 구상성과 재현을 탈피한 것은 색채를 통해서였고, 시각이나 촉각 같은 감각에서 벗어나 햅틱 한 감각을 개발한 것도 색채 덕분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들뢰즈가 햅틱 공간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시각이 촉각처럼 행동하는' 그러한 바라봄의 공간이라고 한다. 이 책의 부제를 ' 들뢰즈의 감각으로 베이컨의 그림 읽기'로 한 까닭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정자라는 매력적인 저자를 알게 된 것 또한 적지 않은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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