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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May 07. 2020

그림 그리기, 그 멋진 신세계 속으로!

  -마음의 고샅길


 얼마 전부터 뜬금없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예쁜 꽃이나,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새 등을 보면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그래서 연필꽂이에 오랫동안 꽂혀있던 4B연필로 초등학생용 스케치북에  스케치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선긋기, 삼각형, 동그라미, 육면체 등을 연습 삼아서 그렸다. 그러고 나서는 단순한 모양의 물건들을 그려 보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생각날 때마다 그렸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스케치에 관한 책들을 빌려서 책에 있는 대로 따라서 그려도 보았다. 조금씩 그리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겼고, 수채화까지 그려보고 싶었다. 수채화는 연필로 그릴 때보다는 따라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유튜브가 생각났다. 요즘 유튜브에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가 다루어지고 있어서, 그림에 관한 것도 있을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검색해보았더니, 다양한 그림의 세계들이 펼쳐져 있었다. 내 눈에는 멋진 신세계였다. 

 왜 진작 유튜브를 찾아보지 않았을까?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간절히 필요로 하니 그제야 내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혼자서 낑낑거리다가 유튜브 동영상을 보니 훌륭한 개인교사를 만난 것 같았다. 처음에는 작가들이 그리는 것을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었다. 

 물론 유튜브라고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혼자 할 때보다는 훨씬 도움이 되었다.


 틈 날 때마다 그린 그림들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면, 잘 그렸다는 평을 해주었다. 물론 격려 차원에서 한 말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학교 다닐 때는 미술 시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미술 실기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술에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림 그리는 것은 나와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예순을 넘기며 처음 시작한 그림 그리기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기 전에는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그림을 그려보니 글쓰기만큼이나 재미있었다. 여태까지 그림의 세계를 모르고 살아온 세월이 아깝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팔순 넘어서 그림을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린 사람들 얘기를 가끔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 나이에 내가 그림의 세계에 눈뜰 줄은 몰랐다. 문득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을 되새겨보면, 삶은 ‘계속 도전하고, 배우는 것’이라는 뜻 같다. 

 철학자 에릭 호퍼는,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이다.’라고 했는데, 그 말에 깊이 공감한다.


 그림 그리기는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그냥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인데 야금야금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림에 눈곱만큼의 재능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족들이 칭찬해주니 은근히 즐기게 되었다. 칭찬은 고래뿐만 아니라, 나도 춤추게 했다. 

 그리기의 매력은, 그리는 동안 오로지 그림 그 자체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지금, 여기'에 머무르게 되고, 그 순간 명상의 상태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쉽게 느끼기 힘든 감흥이었다.


 글쓰기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림 역시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림 그리기는 종종 글쓰기보다 더 높은 집중력이 필요했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을 할 때에는, 무념무상의 상태로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았다.


 일상에서의 창작 행위는 우리들에게 영감을 주고 삶에 활력을 준다. 그러므로 그런 삶을 지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문인만 예술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에게 삶은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 작품을 어떻게 창작할 것인지는 온전히 각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예술은 마음속 심지에 불을 붙여 주위를 밝혀 주고, 나 스스로도 환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내가 전업화가의 길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만족이고 소소한 즐거움인 창작을 즐길 뿐이다. 이처럼 즐겁게 몰두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한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성장해서 독립하고 난 후의 노후의 삶은, 껍데기만 남은 허전한 삶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발견하고 계발한다면, 온전히 자기만의 제2의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멋진 일이 아닌가?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내 멋대로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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