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우리는 지적知的 노동을 해서라도 무너지지 않아야 했다. 우리를 잠식하는 쇠약과 불안을 극복하고 뇌에 녹이 스는 것을 막아야 했다.(10쪽)
영하 45도까지 떨어지는 추위 속 노역으로 완전히 녹초가 된 채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의 초상화 밑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당시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주제에 대한 강의를 열중해 듣던 동료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당시 나는 감동에 젖어 프루스트를 생각하곤 했다.(12쪽)
우리는 당시 우리의 현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던 ‘정신’의 세계를 생각하고 그것에 반응할 수 있었다. 그 큰 옛 수도원의 식당에서 보낸 시간들은 온통 장밋빛이었다. 이 기묘한 ‘교외수업’은, 영영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느끼던 우리에게 다시금 세상 사는 기쁨을 안겨주었다.(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