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우리가 할 일은 늙음이 어떤 모습이건 맞서기보다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무엇이건 싸우게 되면 적이 되고, 그러면 실제보다 더 나빠 보인다. 늙음에 계속 저항하다 보면 오래지 않아 그 싸움에서 지게 될 것이다. 잘 늙는 비결은 젊음의 아름다움과 힘의 상실을 직시하고, 거기서 출발해서 갖고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창의적이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이 되는 것이다. (7~8쪽)
나이를 먹는 것은 하나의 활동이다. 그것은 그냥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어떤 일이다. 능동형 동사의 의미로 나이를 먹으면 상황을 주도하게 된다. 진정으로 나이를 먹는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수동적으로 나이만 먹는 경우에는 더 나빠진다. 부질없이 시간과의 싸움을 계속하기에 아마도 불행해질 것이다.(9쪽)
인생이 건네는 초대에 ‘예’라고 말하는 것이다. 징후를 읽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러서지 않고 변명하지 않는 것이다.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83쪽)
나이 들면서 젊음을 유지할 생각을 할 때 흔히들 너무 육체적으로, 물질적으로, 문자 그대로 생각한다. 주름 제거 수술은 받아도 성격의 주름은 걷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젊음을 불어넣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노년에 주저앉는다. 젊어지지 않고 젊어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57쪽)
멜랑콜리를 다루는 제1단계는 그 기분과 싸우거나 그것을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그 기분을 이야기해 알리고 자신이 그 기분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알리는 것이다. (111쪽)
결국 우리는 역설에 도달하게 된다. 멜랑콜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울증에 이르지 않고 즐거운 노년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받아들인다는 것은 빠지는 것도 아니고 회피하는 것도 아니다. 미화하지도 낭만화하지도 않고 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것을 멀리하려고 영웅적으로 노력하는 일은 확실히 하지 않는 것이다. (117쪽)
예술은 우리가 슬플 때 그 느낌에 이미지를 부여하고 그것을 소화할 수 있게 해 주며 더 고결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예술은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약간의 거리를 둠으로써 그 무거움을 덜어준다.
직접 예술 작품을 만들거나 작곡을 하거나 연주를 하면 훨씬 좋다. 그냥 노래만 해도 조금 가벼워질 수 있다(...) 골치 아픈 감정들을 외적인 형태로, 즉 그림이나 노래, 혹은 시로 꺼내놓으면 점차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을 보고 그것을 들으면 더 이상 품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술은 감정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며 궁극적으로는 심지어는 창조적으로 만들 수도 있게 해 준다. (114~115쪽)
병도 인생의 일부이며 살아 있음을 느끼려면 병을 포함해 인생이 주는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냥 그렇다. 병은 나에게 온다. 다른 누구에게가 아니라. 병은 나의 것이며 내가 이룬 여러 업적만큼이나 지금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병을 ‘신의 의지’, 나의 운명, 혹은 나의 성품을 한층 깊어지게 할 기회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370쪽)
결국, 나이 듦을 다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는 것이다. (369쪽)
자, 역설 중의 역설로 끝내자. 나이 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당히 멜랑콜리를 느끼면서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최대한 즐겁게 나이에 상관없이 나이를 먹지 않으면서 살기로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는 단지 우리의 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그저 우리 경험의 총합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생각만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영혼이, 우리의 삶이 흘러나오는 활력의 강인, 훨씬 장엄한 세계영혼의 한 지류인 영혼이 있다. 우리의 영혼은 시간 속에서 경험의 모든 순간에 있지만, 또한 나이를 먹지 않는다. 우리는 두 곳 모두에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387~3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