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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Dec 04. 2021

나이 공부/토마스 무어 지음/소소의 책

-외로울 땐 독서

- 나이 듦에 대한 희망의 여정


누구나 나이를 먹게 되고 누구나 다 늙는다. 그렇지만 그냥 가만히 앉아서 나이를 먹을 게 아니라, 미리 나이 먹는 것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책날개에 저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었다. 저자인 토마스 무어(Thomas Moore)는 세계적인 영성 지도자이자 심리치료사라고 했다. 그의 저서 『영혼의 돌봄』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46주 연속 1위의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저자에 대한 소개를 보고 잔뜩 기대를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서문에서 잘 늙는 비결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늙음이 어떤 모습이건 맞서기보다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무엇이건 싸우게 되면 적이 되고, 그러면 실제보다 더 나빠 보인다. 늙음에 계속 저항하다 보면 오래지 않아 그 싸움에서 지게 될 것이다. 잘 늙는 비결은 젊음의 아름다움과 힘의 상실을 직시하고, 거기서 출발해서 갖고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창의적이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이 되는 것이다. (7~8쪽)


그의 말, “무엇이건 싸우게 되면 적이 되고, 그러면 실제보다 더 나빠 보인다.”에 깊이 수긍했다. 나이 듦은 막을 수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나이를 먹는 것은 하나의 활동이다. 그것은 그냥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어떤 일이다. 능동형 동사의 의미로 나이를 먹으면 상황을 주도하게 된다. 진정으로 나이를 먹는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수동적으로 나이만 먹는 경우에는 더 나빠진다. 부질없이 시간과의 싸움을 계속하기에 아마도 불행해질 것이다.(9쪽)

 

능동적으로 나이를 먹는다면 상황을 주도하게 된다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나이를 먹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생이 건네는 초대에 ‘예’라고 말하는 것이다. 징후를 읽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러서지 않고 변명하지 않는 것이다.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83쪽)


젊었을 때의 외모나 활력이 유지되지 않는 것에만 비관적으로 대응하면서, 젊어 보이려는 노력만 할 때는 영혼의 나이를 먹을 수 없다고 한다.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도 나이를 먹어야 잘 늙을 수 있다고 있다.

 저자는 “영혼으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이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나이 들면서 젊음을 유지할 생각을 할 때 흔히들 너무 육체적으로, 물질적으로, 문자 그대로 생각한다. 주름 제거 수술은 받아도 성격의 주름은 걷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젊음을 불어넣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노년에 주저앉는다. 젊어지지 않고 젊어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57쪽)


 젊어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젊어지면 된다! 놀라운 사고방식이다. 노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이정표를 제시해준 듯하다.


늙어 가면 감정적으로 우울해지거나 슬픔을 자주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그런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멜랑콜리를 다루는 제1단계는 그 기분과 싸우거나 그것을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그 기분을 이야기해 알리고 자신이 그 기분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알리는 것이다. (111쪽)


 결국 우리는 역설에 도달하게 된다. 멜랑콜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울증에 이르지 않고 즐거운 노년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받아들인다는 것은 빠지는 것도 아니고 회피하는 것도 아니다. 미화하지도 낭만화하지도 않고 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것을 멀리하려고 영웅적으로 노력하는 일은 확실히 하지 않는 것이다. (117쪽)

 

저자는 노년의 외로움이나 우울한 느낌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예술을 즐기거나 스스로 창작활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예술은 우리가 슬플 때 그 느낌에 이미지를 부여하고 그것을 소화할 수 있게 해 주며 더 고결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예술은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약간의 거리를 둠으로써 그 무거움을 덜어준다.
직접 예술 작품을 만들거나 작곡을 하거나 연주를 하면 훨씬 좋다. 그냥 노래만 해도 조금 가벼워질 수 있다(...)  골치 아픈 감정들을 외적인 형태로, 즉 그림이나 노래, 혹은 시로 꺼내놓으면 점차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을 보고 그것을 들으면 더 이상 품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술은 감정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며 궁극적으로는 심지어는 창조적으로 만들 수도 있게 해 준다. (114~115쪽)


 그리고 노년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을 앓게 되지만, 병 또한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병도 인생의 일부이며 살아 있음을 느끼려면 병을 포함해 인생이 주는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냥 그렇다. 병은 나에게 온다. 다른 누구에게가 아니라. 병은 나의 것이며 내가 이룬 여러 업적만큼이나 지금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병을 ‘신의 의지’, 나의 운명, 혹은 나의 성품을 한층 깊어지게 할 기회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370쪽)



저자는 <맺는말>에서 지혜롭게 나이를 먹는 일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이라고 했다. 팔순이 넘는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니 새겨들을 만하다.


 결국, 나이 듦을 다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는 것이다. (369쪽)


 자, 역설 중의 역설로 끝내자. 나이 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당히 멜랑콜리를 느끼면서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최대한 즐겁게 나이에 상관없이 나이를 먹지 않으면서 살기로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는 단지 우리의 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그저 우리 경험의 총합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생각만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영혼이, 우리의 삶이 흘러나오는 활력의 강인, 훨씬 장엄한 세계영혼의 한 지류인 영혼이 있다. 우리의 영혼은 시간 속에서 경험의 모든 순간에 있지만, 또한 나이를 먹지 않는다. 우리는 두 곳 모두에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387~388쪽



 390쪽이나 되는 짧지 않은 책이었지만, 비슷한 내용이 자주 반복되어서 좀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노 작가는 진심으로 후배들이 노년을 잘 준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다.


 예전의 잣대를 들이대면 나도 이미 늙은 몸이다. 초 고령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에는, 어중간한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어르신’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그렇지만 객관적인 시선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매도 자꾸 맞으면 맷집이 생기듯이, 어느새 나이 듦에 대해서 체념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지혜롭게 나이를 먹으려면 체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이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늙음에 대해 저항할 것이 아니라 따스하게 팔짱을 끼고 가야겠다.

 가을에 나뭇잎이 곱게 물들고 나면 떨어지는 일은 순리이다. 순리는 말 그대로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자연스러움은 또한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노년의 삶도 그렇게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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