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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Dec 11. 2021

뜻밖의 좋은 일/정혜윤/창비

  -외로울 땐 독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한마디로 책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치게 되었다. 더구나 ‘창비 산문선’이어서 믿고 기대를 했다.

 작가는 CBS 프로듀서라고 했다.

 책 겉 날개에 실린 글이 매혹적이었다.   


  

나와 세상 사이의 연결고리는 늘 책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늘 책으로 돌아갔다. 밤과 책의 위안으로 돌아갔다. 응답 없는 세상과 삶에 대한 고통스러운 사랑을 갖가지 아름다움으로 바꿔놓은 것이 책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나는 책이 날개를 펄럭일 때 떨어져나오는 황금빛 가루에 의지하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스스로를 달래고, 은밀히 격려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버티고, 집요하게 미래를 위한 소원을 품고, 슬픔을 잠으로 바꾸고, 꿈을 꿨다. (...)
지금도 책은 내 머리 위에서 펄럭거리면서 날갯짓을 한다. 하늘에서 아름다운 것들이 날아다닌다. 말들이 공중에 떠 있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이 글을 쓴다. 그리고 책 속에서 지혜와 삶의 해법을 찾는 독자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글을 쓸 때 나는 항상 독자인 당신을 생각한다. 당신의 고독을 떠올리고, 당신의 아까운 시간이 이 책으로 낭비되지 않기를 바라고, 당신의 삶 또한 낭비되지 않기를 바라고, 혼자서 책을 읽는 당신에게 말할 필요도 없이 기쁜 뜻밖의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     

 


 이 책의 서문에 실린 글이다.

 책에 대한 찬사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본문에서는 서문의 이 글을 넘어서는 문장이 거의 없었다.

 책 이야기를 하는 산문집이 이렇게 읽기 힘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두서없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많은 책 이야기에 구심점이 별로 없어서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물론 이런 느낌은 나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느낌이라는 것이 원래 주관적이므로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이 책은 책 그 자체에 대한 추상적인 오마주로 쓴 것 같았다.

 아쉽게도 작가의 마음과 나라는 독자의 마음이 별로 겹치지 못했다.

 책과 독자도 인연이 닿아야하나 보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 많은 사람들 모두와 내가 가슴을 포개지 못하듯이, 책과 독자 사이에도 어떤 연(緣)이 닿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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