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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Jun 19. 2022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나종호 지음/아몬드

  -외로울 땐 독서



-낙인과 혐오를 넘어 이해와 공존으로




머리말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에서, 저자가 이 책을 낸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이 곧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저자가 환자를 향한 시선은 무척 따스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떤 대상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낙인과 혐오’를 하게 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노숙자에 대한 시선이 그럴 때가 많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 안에서는 비교적 적은 범위 내에서의 편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의 인종들이 복합적으로 모여 사는 곳이다. 미국만큼 다양한 인종들이 모인 곳은 흔치 않다. 그런 만큼 미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편견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저자는 한국에서라면 최고의 지성으로서 아주 존경받는 직업인이지만, 백인 주류의 사회에서 그 자신이 소수민족으로서의 차별과 설움 같은 것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차별이 오히려 그에게는 정신과를 찾아온 소수 민족의 아픔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이 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정신과 의사라고 할지라도 한 인간의 개인적 고통과 슬픔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환자들과 눈을 맞추며 그들의 아픈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들어준다. 그럴 때 환자들은 비로소 가슴을 열고 자신들의 진심을 연다.

이 책에는 저자가 상담한 환자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 이야기 하나하나가 우리와 상관없는 타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와 관련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늦깎이 의과대학생 시절에 자신이 겪었던 우울감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토록 힘들었음에도 나는 정신과에 가지 않았다. 아니, 가지 못했다. 당시 내 안에는 ‘정신과에 가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또 ‘남들 다 힘든데 나만 왜 이리 엄살인가’싶어 자책도 했다. 고백하자면, 그때 내 마음에도 정신 건강 치료를 향한 낙인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정신 질환이 뇌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생기는 의학적 질환임을 안다. 나약해서가 아니라 생물학적인 기전이 분명한 원인이 된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나도 한때는 낙인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신과 의사로 여러 해 수련을 받고 환자를 만나면서야 내 안의 낙인과 편견을 조금씩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정신 질환을 스스로 인지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확실히 안다. 그 과정은 내적인 강인함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내 환자들에게 진심을 담아 말한다.

 “용기 내줘서 고맙습니다.”(188~189쪽)



저자의 이런 고백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서, 고통 없는 사람들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각의 다른 고통이 있을 뿐.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도 내면의 세계가 그리 평화롭지만은 않은 것 같다.


최근 BTS 소식을 지면에서 접했다. 전 세계의 아미들에게 행복을 전해주었던 그들이, 지금은 자기 회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타까웠다. 그동안 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완전한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내면의 아픔을 가지고 산다. 그러니 열린 가슴으로 ‘한 인간 대 인간’으로 진심으로 서로를 대할 때 각자의 고통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내가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지 않을 때, 나 역시 고통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바로 너이고, 우리들이 바로 너희들 인지도 모르지 않는가.

 이런 생각이 바로, 저자가 말한 ‘낙인과 혐오를 넘어 이해와 공존으로’의 의미와 닿아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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