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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Jun 26. 2022

창조하는 뇌/데이비드 이글만· 앤서니 브란트 지음

  -외로울 땐 독서


-뇌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밝혀낸 인간 창의성의 비밀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젊은 뇌과학자인 데이비드 이글만과,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연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곡가 앤서니 브란트가, ‘창조하는 뇌’의 과정을 흥미롭게 밝히고 있는 책.




과학과 예술은 거의 상관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던 내게 이 책은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과학과 예술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더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그런 점에서 두 분야의 전문가가 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오늘날까지 우리들 눈에는 새롭고 획기적으로 보이는 발명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저자들은 이런 발명품들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기존에 있던 것들을 3B-휘기(Bending), 쪼개기(Breaking), 섞기(Blending)의 과정을 통해서 새롭게 변형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놀라웠다.



 많은 사람이 거센 폭풍우 속에 서서 창의력을 안겨줄 번개가 내리치길 기다린다. 그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기존의 기억과 인상을 기반으로 발전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번개가 내리쳐 불타오르는 게 아니라 뇌 속의 거대한 어둠에서 번쩍이는 수십억 개의 미세한 불길에서 생겨난다. (61쪽)



 휘기, 쪼개기, 섞기(3B)는 혁신적 사고를 뒷받침하는 뇌 활동을 포착하는 한 방법이다(...) 휘기, 쪼개기, 섞기는 우리가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토대다. 예를 들어 우리의 기억은 비디오를 녹화하듯 우리가 하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기록하지 않는다. 기억에는 왜곡과 축약, 흐릿함이 있다(...)
인간의 창의성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거쳐 생겨난다. 우리는 자신이 관찰하는 모든 것을 휘고 쪼개고 섞는다. 이 세 가지 전략 덕분에 우리는 주변 현실에서 벗어나 멀리 갈 수 있다. 인간은 정확하고 세세한 정보를 오래 유지하는 일에는 서툴지만 가상 세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일에는 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뇌가 각기 다른 구역으로 나뉘어 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접근 방식은 뇌의 가장 중요한 측면을 간과한다. 사실 뉴런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어떤 뇌 구역도 혼자 일하지 않는다. 뇌의 각 구역은 마치 인간 사회처럼 끊임없이 왁자지껄 논쟁을 벌이고 타협하거나 협력하며 움직인다. 이 광범위한 상호작용이 인간의 창의력을 뒷받침해주는 신경학적 토대다.
 물론 어떤 기능은 특정 뇌 구역에 한정되지만 창의력은 뇌 전체의 움직임으로 생기며 이때 방대한 신경 네트워크가 전면 협력한다. 이 방대한 상호 연결성으로 인간의 뇌는 3B를 광범위한 경험에 적용한다. 끊임없이 세상을 받아들여 완전히 씹어 먹은 뒤 새로운 세상으로 바꿔 내뱉는 것이다. (63~66쪽)




 새로운 것이 나오는 과정이 단순하고 짧은 시간 내에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것들의 휘기, 쪼개기, 섞기(3B)로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책에는 이런 사례들이 굉장히 많이 실려 있는데, 과학 못지않게 예술계에서의 휘기, 쪼개기, 섞기(3B)의 과정도 많이 실려 있었다.




 뇌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작업한 책인 만큼, 이 책에서는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예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젊은 학생이 창의적인 사고를 하려면 예술이 필요하다. 예술이 그 공개적인 특성 덕분에 혁신의 기본 툴을 가르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285쪽)


 더 나은 예술은 더 나은 엔지니어를 만든다. 그렇지만 예술이 중요한 더 깊은 이유는 따로 있다. 예술이 과학 발전을 유도하는 것을 넘어 문화까지 움직이기 때문이다. (288쪽)



이 책에서는 ‘휘기’, ‘쪼개기’, ‘섞기’의 예를 굉장히 많이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예들의 사진들은 다음과 같다.(64~65쪽)



*‘휘기’에서는 원형을 변형하거나 뒤틀어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난다.

 폴란드 북부의 휴양도시 소포트에 있는 슈틴쉬 앤드  잘레브스키, ‘크시비 도메크(비뚤어진 집, 2004)’





*‘쪼개기’에서는 전체를 해체한다.

   야고 파탈, <조각 모음>(2015)





*‘섞기 “에서는 2가지 이상의 재료를 합한다.

    토마스 바 베이, < 오 시트!> (미상)




 우리 뇌의 특성을 이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열의는 절대 수그러들지 않는다. 뇌는 언제나 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것을 거부하라고 우리를 닦달해 이미 아는 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게 만든다. 그래서 인류는 늘 따분한 현상 유지에 만족하지 않는다. 뻔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그 힘이 바로 창의력의 토대다. (295쪽)

 


 뇌는 늘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특성이 있고, 이런 특성을 잘 계발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뇌가 창의력을 발현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각종 레시피와 홈메이드 축하 카드, 초청장 등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우리가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많은 것들이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새로운 것의 발현을 위해 ‘휘기’, ‘쪼개기’, ‘섞기’(3B)를 강조하며 이렇게 글을 맺었다.


 내일을 위한 기초 공사는 오늘 이뤄진다. 그리고 다음번의 커다란 아이디어는 현재 주변에 있는 것을 휘고 쪼개고 섞는 가운데 나온다. 주변에 있는 많은 재료가 휘고 쪼개고 섞기를 기다리고 있다.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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