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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Jun 29. 2022

최재천의 공부/최재천· 안희경/김영사

  -외로울 땐 독서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재미 저널리스트인 안희경 씨와 나눈 공부에 관한 본격적인 대담집


<전주>에서 최 교수는 이런 책을 10여 년 전부터 쓰고 싶어 했다고 한다. 교육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던 모양이다.

 그는 ‘인생 전체를 온전히 사람답게 살 권리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나 역시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이 상당히 획일적인 경쟁을 부추기고, ‘학생 인권’이라는 것을 말살한 건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많은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공부해서 남 주냐?”라는 말을 한다면서, 공부해서 남 주면 안 되는지 반문했다. 이 말에서 교육에 관한, 남다른 그의 관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서로가 서로에게 주면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고 하면서, 자연을 예로 들었다. “손을 잡은 자들이 미처 손도 잡지 않은 독불장군을 몰아내고 함께 사는 곳이 자연”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MZ 세대라고 부르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걸맞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안희경 작가와 나눈 대담이 몹시 궁금해졌다.


 그는 <공부의 뿌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아이를 가르쳐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세상을 보고 습득하도록 어른이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그것이 바른 교육입니다. (43쪽)



 교육에 대한 그의 입장이 확연하게 드러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처럼 주입식으로 뭔가를 자꾸 집어넣을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탐색하고 알아가게 해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공부를 자기 주도적으로 하게 될 때,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지 않을까.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바로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와 상당히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최 교수가 상당히 인상적인 고백을 했는데, 그가 한국에서 공부할 때는 수학을 잘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유학을 가보니 본인이 수학에 상당히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충격적이었다. 한국의 수많은 수포자들이 사실은 수학을 정말 못 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문과 출신으로 이 나이에도 ‘수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기가 죽는다. 그러니 최 교수의 말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우리나라 수학 교육에 상당히 문제가 많다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교육 방식에 따라서 학생들의 향후 능력 발현이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독서’에 관한 최 교수의 말은 진지하게 새겨들을 만했다.


 독서는 일입니다. 빡세게 하는 겁니다.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을 그늘에 가서 편안하게 보는 건 시간 낭비이고 눈만 나빠져요(...)
 우리는 기획서를 작성해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치밀하게 기획해서 공략해야죠. 한 번도 배우지 않은 분야의 책을 공략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독서량이 늘어날수록 완전 새로운 분야의 책을 접할 때, 전보다 덜 힘들어하는 자신을 발견할 거예요(...) 학문은 모두 연결되어 있잖아요(... )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나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나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우실 거예요(...)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144~146쪽)


 그동안 내가 독서에 대해 가졌던 생각이 굉장히 잘못된 것이었다는 생각을 들게 한 말이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닌, ‘일’이었다. 책에서 우리는 거의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독서는 진지하게 해야 하는 ‘일’ 임에 틀림없다. 독서를 통해서 우리는 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함으로써 더 넓은 세계를 접할 수 있다. 결국 독서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라면, 독서는 정말 제대로 된 ‘일’이어야 한다.


 대담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그렇지만 내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최 교수의 모습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최 교수가 여담처럼 슬쩍 이야기하며 지나갔지만, 여기에서 그의 삶의 태도가 진솔하게 드러났다.

물론 그의 아내가 직업을 갖고 있어서 그랬겠지만, 그가 육아를 당당하게 책임지는 모습이 놀라웠다. 아니, 아름다웠다. 그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을 때, 강의실에 아이를 데리고 와서 수업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모습이 신기하지도 놀랍지도 않게 되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나야 할지는 모르겠다.

남녀평등, 부부평등에 대해서 전혀 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최 교수의 모습이, 특히 젊은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이 될 것 같았다. 학문을 배우는 것만이 배움이 아니라, 삶의 자세나 태도를 배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올바른 삶의 자세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대담집이 너무 재미있어서 가독성이 좋았다. 그렇다고 슬슬 넘겨버릴 수 있는 내용이 결코 아니었다. 정신 차리고 새겨들어야 할 내용들이 차고 넘쳤다. 재미있고 내용까지 알찬 책이야말로 가장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이번 여름에 만난, 최고의 책이라고 감히 추천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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