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삶의 모든 단계에서 우리는 현실을 똑바로 직면할 용기와 현실 너머를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용기와 상상력이 가장 필요한 때는 아마도 노년일 것이다. 이 시기야말로 스스로 용기 있게 선택한 ‘자기만의 시간’을 살아낼 것인지, 아니면 원치 않는 홀로 됨에 슬퍼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것인지가 결정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고독 속에서 자신을 전면적으로 만나는 삶이고, 후자는 외로움 속에서 자기와 소원해지는 삶이다. 외로움과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멀어짐은 순환 관계에 있다. 외로움은 희로애락을 나눌 타자의 물리적 부재, 관계의 부재 때문에 생기는 결핍된 감정이다. 그러나 ‘외톨이’라는 불안하고 고통스런 고립의 감정은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의미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능력의 부재와 관련된다. 타자와 의미 있는 소통의 관계를 맺을 수 있으려면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개체로서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타자가 물리적으로 부재해도 언어와 상상력을 통해 타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연결될 수 있다. 전면적으로 만나는 자기 안에서 타자에 대한 앎 역시 확장되는 것을 경험함으로써, ‘연결되어 있음’이 반드시 물리적인 ‘함께’를 전제로 하는 게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러니 더 잘 연결되기 위해서라도 홀로 있음의 시간은 필요하다. 이 시간은 더는 외로움이 아닌 고독의 시간이다. 소란스러운 외부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물러나 자기 자신과 전면적으로 만나는 고독의 시간은 공허나 고립, 불안을 동반하지 않는다. 고요한 이 ‘홀로’의 상태에서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타자가 아니라 삶의 의미, 삶의 목적이다.(192~1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