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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Sep 26. 2022

그림의 말들/태지원 지음/클랩 북스

  -외로울 땐 독서



그림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는 내게 이 책은 무척 흥미로워 보였다.

‘그림의 말들’이라니!

그림이 감상자에게 무슨 이야기를 건넨다는 것일까? 몹시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이삭 줍는 사람들> 이야기를 꺼냈다. 작가가 말한 대로 어릴 때 동네 이발소에 많이 걸려 있던 그림이었다. 어릴 때는 그 그림이 그렇게 유명한 그림인 줄 전혀 몰랐다. 학교 미술 시간에 비로소 그 그림이 밀레의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고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작가는 그 그림을 보면 ‘성실하고 우직하고 소박한 삶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그림이 말을 건네는 듯했다고 한다.

그 대상이 문학이나 음악이나 미술이든 간에, 자세히 들여다보고 깊이 생각할 때에, 비로소 그 대상이 내게로 다가와 말을 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문학이나 음악은 개인의 감성에 비교적 직접적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그에 비해 미술은 문학이나 음악에 비해 좀 더 거리를 두고 천천히 다가오는 듯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내게는 그랬다.

미술은 감상자에게 좀 더 깊은 주의력과 관찰력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미술은 약간 어려운 이웃 같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림의 말들』을 통해 그림과 조금은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그림을 통해 작가가 느꼈던 감정, 그리고 그 그림의 힘으로 힘든 현실을 헤치고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그림이 가진 힘’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많은 그림들을 소개했고, 나 같이 그림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에게 그 그림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알려주었다. 덕분에 들어보지 못했던 많은 작가들을 접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알폰스 무하,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호아킨 소로야, 조슈아 레니놀즈, 피터르 브뤼헐 같은 작가들이다. 그림들과 관련된 신화나 역사까지 알게 되었으니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림을 단순히 교양으로서만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림이 힘든 삶을 헤쳐 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치유기능이 있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으로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림이 시각적인 즐거움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의 아픔과 고통까지 어루만져준다는 사실!

『그림의 말들』을 통해서 이런 소중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었다.

물론 그림을 보기만 한다고 그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먼저 그림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야, 그 그림도 내게 마음을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림을 만나면 무심코 지나가지 않고 그 그림을 마음을 열고 가만히 들여다볼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이 내게 조용히 들려줄 말들을 귀 기울여서 들어볼 것이다.

 그 멋진 만남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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