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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May 17. 2023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정정엽/다산초당

  -외로울 땐 독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정엽 지음/다산초당


-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자기결정권 연습


내 마음은 당연히 내가 결정하지, 누가 결정해?

책 제목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제목의 단호함에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과연 나는 내 마음을 내가 결정하면서 살아왔을까? 확신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슬며시 떠올랐다. 내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지 내 삶에 대해 자기결정을 하며 살아왔을까.


 책날개에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결정’에 대한 설명은 이랬다.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외부의 영향이나 간섭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려는 자세. 스스로 정한 원칙이나 신념을 지켜나가는 힘으로 풀이된다. 자기결정을 할 수 있어야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


책 내용이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근대 심리학의 창시자 윌리엄 제임스의 말로 프롤로그를 시작했다.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인간이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꿈으로써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음가짐이 삶을 바꿀 정도의 강력한 것이라는 뜻으로 생각되었다. 물론 마음의 주인 노릇을 하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가. 마음의 주인 노릇은커녕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마음에 휘둘릴 때가 더 많지 않았을까.


 저자는 자기를 힘들게 하는 생각이 떠오를 때 다스리는 방법 세 가지를 제시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는 것
 -나라는 사람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것
 -세상과 주위 사람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것


 첫 번째는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심리학적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심리학적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한 개인의 존재 그 자체에 관심을 쏟는다는 이야기다.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돈이 있고 어느 위치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며 살았고,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는지를 바라보자는 뜻이다.(9쪽)


 심리학적 관점으로 자기를 바라본다는 것은 자기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의미와 통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저자는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 나’라는 대상을 스스로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명상을 할 때 눈을 감고 명상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관찰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관찰자 자아가 겉으로 보이는 나를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 마음을 볼 수 있다면 굳이 외부 대상이 필요하지 않다. ‘내 마음이 그렇게 괴로웠구나’, ‘내가 이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했던 이유가 있었구나’하고 이해해 주는 것으로 내 마음속에 있는 어린아이를 안아주고 보살펴줄 수 있다. (169쪽)


 내 마음을 안심하고 드러내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경우에, 이 방법은 실천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울고 있는 어린아이’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빅터 프랭클이 제시한 ‘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세 가지 방향’에 대해서 소개했는데 인상적이어서 옮겨본다.


첫째,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통해서, 둘째,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셋째, 삶에 대한 태도를 통해서. 이 세 가지 방향을 목적으로 삼고 꾸준히 나아갈 때 삶의 의미가 생겨나고 그 과정에서 행복, 돈, 지위, 명예와 같은 것들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다. (225쪽)


그리고 저자는 ‘우울감’과 ‘우울증’의 차이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울감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일시적인 감정 상태인 반면, 우울증은 뇌와 신체의 전반적인 변화로 인해 그 기능이 저하되고 우울한 감정과 허무함, 무의미함에 지배된 상태를 일컫는다. (233쪽)


 우리가 흔히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상태가 어쩌면 단순한 ‘우울감’이었을 수도 있겠다. 일시적인 감정과 병적인 상태는 구별해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 늘 긍정적인 감정만을 가지고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다. 저자는 단순하지만 효과가 있을 법한 방법을 제시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컨트롤하고 싶다면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편이 효과적이다. 이유 없이 한 번 웃고, 이유 없이 한 번 더 걷는 행동이 뇌의 변연계 부분을 안정시킬 수 있다. (93쪽)


 100% 공감한다. 우리 마음은 절대 마음만으로 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움직이려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어떤 경우에는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들은 한 번쯤은 다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을 내가 결정하기 힘들 때도 많지만, ‘자기감’을 가진다면 조금은 쉬워질 수 있겠다.

 책에서 소개한 ‘자기감’은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자기감 sense of self

 자신에 대한 감각과 감정, 생각과 느낌. 자아를 바라보는 전반적인 지각과 느낌을 포함한 개념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인지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자기감을 갖추어 나를 정확하게 바라볼 때 나를 긍정하는 자존감도 높아질 수 있다.



 심리학책은, 정신없이 사느라 자기 자신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자주는 아니지만, 나를 가만히 돌아보게 하는 책들이 있다.

 어쩌면 책은 ‘우리 마음속에 울고 있는 아이’를 가만히 안아주는 친구 노릇을 종종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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