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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Jun 07. 2023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김영민/어크로스

  -외로울 땐 독서


 -정치적 동물의 길



 평소 정치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김영민 교수의 책이어서 한 번쯤 읽어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책을 폈다.

 쉽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저자의 어법이 유머러스해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대략 이해했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삶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나는 누구에게도 삶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삶이 누구에게나 같은 정도로 힘들 리는 없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삶은 쉽지 않다(... )
 사상가 폴 비릴리오는 비행기의 발명은 추락의 발명이며 선박의 발명은 난파의 발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생의 발명은 고단함의 발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행기나 선박의 운행에서 사고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삶의 운행에서 고단함의 제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삶이 고단하다는 것은 상당 부분 동어 반복이다. 산다는 것은 고단함을 집요하게 견디는 일이다.
 삶이 그토록 고단한 것이니, 사람에 대한 예의는 타인의 삶이 쉬울 거라고 함부로 예단하지 않는 데 있다.(9~10쪽)


그리고 그는 정치를 삶과 연결시켜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삶이나 정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혼한 배우자와 다시 결합하기로 결심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은 인생이 고단하고 허망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살아내기로 결심한다. 어떤 사람은 정치의 세계가 협잡과 음모로 얼룩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거의 유혹을 떨치고 정치의 세계로 나아간다. 그들의 인생이나 정치는 그러한 자각이 없는 인생이나 정치와는 다를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냥 사는 인생이나 마냥 권력을 쥐려는 정치가 아니라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정치적 동물의 길》 은 바로 그러한 삶과 정치에로 초청하는 작은 손짓이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의 문제이며, 정치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 (13쪽)

 

결국 그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프롤로그에 압축해서 다 드러냈다.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

이것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게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그의 말처럼 문제이다. 이런 문제의 삶을 정치가 좀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우리 정치의 현실은 참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현실은 우리가 만든 것이긴 하지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따진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세상을 바꾸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문제가 오래 잔존해 왔다는 것은 다른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다른 많은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원인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세월호 비극의 뿌리가 한국 사회 전체에 산포 되어 있는 것처럼, 많은 문제의 원인은 대개 해당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 (256쪽)


 어쩌면 개개인의 ‘올바르지 못함’이 사회 전체에 산포 되어 있고, 또 그런 것들이 문제를 계속 일으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래 잔존한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서 그 뿌리를 제대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뿌리라는 게 개개인의 의식이나 사고방식이 아닐까 싶다. 고질적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은 학교 교육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또 제도의 문제와 연결된다.

 사람이 변해야 정치가 변하고, 정치가 변해야 삶이 변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어디까지나 나 개인의 생각이다.


 인간의 ‘삶’과 ‘정치’는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임을 생각하게 한, 재미있었지만 어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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