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인도로 가는 길에 나섰다. 너무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에 또다시 길에 홀려 다시 집을 떠났다. 나는 나만 생각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시간을 갖기로 이미 마음먹은 터였다. 하지만 막상 나서려고 하니 낯선 길의 깊이가 보이지 않았다. 넓고 멀고 아득했다. 번지점프를 하듯이 그냥 그 길로 뛰어내렸다. 고맙게도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길은 불쑥 찾아든 이방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었다. 마치 전생(前生)에서 맺은 인연을 다시 만난 것처럼.
그곳에서 나는 일터에 나가고, 한 달 치의 헐한 노임을 받고, 피부색과 언어가 전혀 다른 친구들을 사귀고, 시도 때도 없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 낯선 길로 나섰다. 할 수만 있다면 인도의 모든 것을 찢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냄새 맡고, 비벼대고자 애썼다. 그 길에서 수많은 사람과 풍경을 만나 그것들과 문대고 부비고 섞였다.
누군가 말했다. 여행이란 익숙한 조건에서 낯선 조건 속으로 존재를 밀어 넣는 일, 그래서 존재 앓기를 하는 일이라고. 익숙하던 일상이 불현듯 뜯겨져 나가는 것, 예측 불가능한 순간과 매번 정면 대결하는 것, 갑작스런 풍경이 솥뚜껑 속 닭이 살아 튀어나오듯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여행. 선 채로 오지 않는 기차를 밤새 기다리는 것, 매혹적인 불안을 즐기는 것, 낯선 세상의 무례를 겸허히 견디는 것, 이별을 즐기는 것, 밥 잘 막고 똥 잘 싸고 잠 잘 자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는 것, 미워한 사람들이 무지무지 애틋해지는 것, 신문에 어떤 기사가 났는지 알 수 없는 것,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는 것을 아는 것, 예전과 생판 달라진 나를 만나는 것, 무엇보다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는 것, 그것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