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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Jul 09. 2023

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이화경

  -외로울 땐 독서

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이화경 지음/상상출판







 

책 제목이 여행에 대한 정의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여행을 혼자 할 때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가능하다. 이기적인 시간이라고 했지만,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여행은 그런 시간을 제공해 준다.

작가는 충동적으로  인도로 갔다.

 그녀는 ‘여는 글’에서 그 이유를 말했다.


인도로 가는 길에 나섰다. 너무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에 또다시 길에 홀려 다시 집을 떠났다. 나는 나만 생각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시간을 갖기로 이미 마음먹은 터였다. 하지만 막상 나서려고 하니 낯선 길의 깊이가 보이지 않았다. 넓고 멀고 아득했다. 번지점프를 하듯이 그냥 그 길로 뛰어내렸다. 고맙게도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길은 불쑥 찾아든 이방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었다. 마치 전생(前生)에서 맺은 인연을 다시 만난 것처럼.
그곳에서 나는 일터에 나가고, 한 달 치의 헐한 노임을 받고, 피부색과 언어가 전혀 다른 친구들을 사귀고, 시도 때도 없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 낯선 길로 나섰다. 할 수만 있다면 인도의 모든 것을 찢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냄새 맡고, 비벼대고자 애썼다. 그 길에서 수많은 사람과 풍경을 만나 그것들과 문대고 부비고 섞였다.


 ‘여는 글’에서 여행하고자 한 작가의 심정이 절절하게 나와 있다. 그곳에서 그녀는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경험을 했다. 독자는 그녀와 동행하며 그곳에서 슬픔과 기쁨을 함께한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 동안 간접적이나마 여행의 숨결과 체취를 느낄 수 있어서 미약하나마 정신적인 환기를 할 수 있었다. 직접 가지 않더라도 책을 통해서 그 느낌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일상의 반복되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가끔은 소리 지르며 여기를 탈출해서 그 어딘가 저기로 달아나고 싶은 마음을 한 번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행은 여기가 아닌, 그 어딘가의 저기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몸이 이동하면서 마음의 이동도 일어나고, 따라서 정신적인 환기가 가능해진다. 정신적인 환기가 일어나면 자기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 내면의 자아를 만날 때 우리는 좀 더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조금씩 더 나은 자기가 되어간다. 그래서 가끔은 여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관광목적의 여행이 아니라 내면의 여행 말이다.

여행을 다녀온다고 갑자기 자아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좀 더 여유 있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 같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여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구구절절 써놓았다. 그녀의 생각에 100% 공감하며, 독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누군가 말했다. 여행이란 익숙한 조건에서 낯선 조건 속으로 존재를 밀어 넣는 일, 그래서 존재 앓기를 하는 일이라고. 익숙하던 일상이 불현듯 뜯겨져 나가는 것, 예측 불가능한 순간과 매번 정면 대결하는 것, 갑작스런 풍경이 솥뚜껑 속 닭이 살아 튀어나오듯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여행. 선 채로 오지 않는 기차를 밤새 기다리는 것, 매혹적인 불안을 즐기는 것, 낯선 세상의 무례를 겸허히 견디는 것, 이별을 즐기는 것, 밥 잘 막고 똥 잘 싸고 잠 잘 자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는 것, 미워한 사람들이 무지무지 애틋해지는 것, 신문에 어떤 기사가 났는지 알 수 없는 것,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는 것을 아는 것, 예전과 생판 달라진 나를 만나는 것, 무엇보다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는 것, 그것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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