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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Jun 22. 2023

자기만의 빛/미셸 오바마/웅진 지식하우스

  -외로울 땐 독서



 너무 유명한 사람의 책은 왠지 거부감이 들 때가 많아서 잘 읽지 않는 편이다. 특히 정치 쪽에 있는 사람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 책은 어떤 인연으로 내게 왔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어서인지, 오히려 읽고 난 후에 감동이 컸다.


 미셸 오바마가 누구인가?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아내, 즉 퍼스트레이디였던 사람이 아닌가.

 특별한 위치에 있는 그녀는, 아주 진솔하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래서일까, 내게는 특별한 그녀의,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가 이상하게도 가슴에 무척 와닿았다.

 그녀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살면서 어떤 도구를 왜 보관하게 됐는지 보여주기 위해 썼다. 내가 일상의 균형과 자신감을 유지하는 데 유용하게 쓴 도구들, 불안과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 도구들을 소개한다. 그중에는 습관과 행동에 관한 도구도 있고, 물리적 실체를 지닌 도구도 일부 있다. 태도와 신념에 관한 도구도 있는데, 나의 삶과 경험을 통틀어 ‘무언가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은 인생의 공식을 알려주는 지침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인생이 지금까지 내게 가르쳐준 것들, 힘든 순간을 헤쳐나가게 해 준 도구들에 관한 진솔한 성찰이 담겨 있다. (31~32쪽)


 책 제목이 ‘자기만의 빛(원제; The light we carry)’이다. 그녀는 여기에서 말하는 ‘자기만의 빛’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나는 우리 각자가 내면의 밝음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아주 고유하고 개별적이며 보호할 가치가 있는 불꽃, ‘자기만의 빛’이다. 자기만의 빛을 알아볼 능력이 생기면 그것을 사용할 힘도 생긴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지닌 빛을 돌보는 법을 터득하면 인정 넘치는 공동체를 구축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33쪽)


 미셸은,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만의 빛’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처음 책 제목을 보고서, ‘자기만의 빛’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런 멋진 빛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책에서 자신이 겪었던 차별, 우정에 대한 생각, 결혼관, 부부관계, 아이들 교육에 관해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어법은 아주 평범했는데 이상하게 울림이 컸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그런 것 같았다. ‘솔직함’은 힘이 세다는 것을 실감했다. 어떤 화려한 장식이나 미사여구 없이도 독자들을 감동시킨 힘은 결국 솔직함이었다.


 그녀가 말한 여러 이야기들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싶어서 옮겨본다. 내게만 특별한 느낌을 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문제 옆에 작은 문제를 두면 다루기가 좀 쉬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크게 다가와 두렵고 막막할 때, 과도한 감정과 생각에 빠지거나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버거울 때, 일부러 작은 것부터 찾아가는 법을 배웠다. 나의 머리가 거대한 재앙과 파멸만 걱정하고 있을 때, 스스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마비되고 동요될 때, 나는 뜨개바늘을 집어 들고 두 손에 모든 것을 맡긴다. 나지막이 달각이는 소리와 함께 그 혹독한 순간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라면서.(59~60쪽)


 작은 것을 큰 것 옆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둘은 서로 좋은 동반자가 되어준다. 작은 노력은 우리의 행복을 지켜주고 큰 것에 먹히지 않도록 해준다. 무엇보다 기분이 편안해져야 무력감도 줄어든다. (69쪽)


-코로나가 전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을 때, 그녀는 뜨개질을 하면서 안도감을 느꼈다고 했다. 때로는 작고 소소한 것이 큰 것을 극복하게 해주는 것 같다.



 편안하게 두려워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나에게는 단순한 개념이다. 두려움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불안과 긴장감이 나를 멈추기보다 이끌도록 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삶의 불가피한 좀비와 괴물들 앞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맞서는 것, 무엇이 해롭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믿는 것이다. 이렇게 살면 완전히 편안하지도 완전히 두렵지도 않다. 그 중간 지대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깨어 있고 자각하고 있지만 꼼짝 못 하는 상태는 아니다. (82쪽)


 두려움을 해독하는 일은 우리 자신의 본능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우리가 무엇을 마주했을 때 뒤로 물러나고, 무엇을 향해 기꺼이 다가가는지 살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왜 물러서거나 다가가는지 그 이유를 따져보는 것이다.(90쪽)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고 그것들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미셸은 그 두려움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지혜롭게 알려준다. 즉 편안하게 두려워하기!



부정적이거나 자기비판적인 말이 머릿속을 시끄럽게 하면, 의심이 쌓이기 시작하면, 나는 일단 멈추고 보이는 대로 이름 붙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나의 두려움에게 능숙하게 인사하는 법을 연습해 왔다. 데면데면한 태도로 이렇게 몇 마디 건네면 된다.

 안녕, 또 왔네.
 나타나줘서 고마워. 덕분에 정신이 바짝 들었어.
 하지만 난 널 알아.
 내 눈에 넌 괴물이 아니야.                                   (110~111쪽)



-우리는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때가 종종 있고, 그럴 때마다 몹시 괴로워한다. 그런데 미셸이 자기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인사하는 것을 보고 웃음이 쿡 나왔다. 아주 멋진 방법이어서 나도 꼭 써먹고 싶었다.



 내 집 같은 편안함,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며 공감하려고 한다. 내가 우정을 통해 찾고 싶은 것은 이러한 감싸주는 느낌이다. 나는 친구들을 나의 ‘부엌 식탁’이라고 부른다. 가족 외에 내가 가장 믿을 수 있고 나를 기쁘게 하며 내가 가장 의지하는 사람들이고 나는 그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들은 내가 내 인생의 식탁에 앉아달라고 부탁한 내 친구들이다. (198쪽)


 누군가의 친구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의 고유한 개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각각의 친구가 내게 가져다주는 것에 기뻐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201쪽)


 -우정에 관한 미셸의 통찰에 감탄한 부분이다. 친구들을 자기의 ‘부엌 식탁’이라고 했다. 부엌 식탁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공간이 아닌가. 그녀는 우정을 아주 소중한 것으로 생각했고 그것을 위해서는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의 사랑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진실하고 우리는 각자 여기에 헌신하고 있다. 이 특별한 확신은 우리가 들어서는 모든 공간에 마치 그랜드피아노처럼 버티고 서 있다. (217쪽)


 다른 사람과 함께 인생을 만들어나가기로 선택한 순간, 우리는 그 선택에 따라 살게 된다. 그리고 도망치기보다는 제자리에 남겠다는 선택을 몇 번이나 거듭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서로에게 헌신하는 관계에 들어설 때 나를 낮추고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 도움이 된다. (226쪽)


튼튼한 동반자 관계에서는 두 사람 모두 번갈아 가며 타협하고 그 어중간한 영역에서 서로 공유하는 편안한 집의 감각을 만들어나간다.(227쪽)


-그녀의 결혼관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완벽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고 서로 헌신하는 관계를 유지할 때 튼튼한 동반자로서 편안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공감한다.



 인간으로 사는 일의 아픔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줄이는 방법은 있다. 우리가 두려움을 참고 더 많은 이야기를 공유할 때, 더 귀를 기울일 때, 타인의 온전한 이야기가 나의 온전한 이야기에 더해질 때 아픔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나는 타인을 조금 더 알게 된다. 타인은 나를 조금 더 알게 된다. 다 알 수는 없지만 서로 익숙한 편이 낫다.
 우리가 타인의 영혼과 손을 붙잡고 타인이 털어놓는 이야기의 일부를 알아볼 때 우리는 두 가지 진실을 인정하고 긍정하게 된다. 우리는 고독하다. 그렇지만 혼자는 아니다. (330쪽)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다. 그렇지만 타인의 영혼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때, 우리는 삶의 고통이 조금은 줄어든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모두 고독하다. 그렇지만 타인과 함께 할 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 젊은 부부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읽으면 인생에 관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미셸의 결혼관과 우정관, 그리고 자녀 양육관이 특히 인상적이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멋진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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