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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Jun 10. 2023

이토록 평범한 미래/김연수 소설/문학동네

 -외로울 땐 독서



오랜만에 접하는 김연수의 단편집.

이 단편집에는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단편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의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의 생각 혹은 인식과, 시간.

일반적으로 시간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건 인간이 그렇게 구분 짓는 것이 아닐까.

 책 제목이 『이토록 평범한 미래』이다. 이 제목을 내 마음대로 해석해 본다면, 미래는 없고 계속 이어진 현재만 있을 뿐이다. 현재는 놀랍지 않고 평범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에서 확장된 미래 역시 평범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때때로 미래엔 뭔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과 기대를 갖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불안한 시선으로 미래를 바라보기도 한다.


 삶을 여러 번 살 수 있다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미래를 미리 안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불행할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미래의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을 기쁘다, 슬프다, 하며 바라보는 것 역시 사람의 생각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들마다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편집 속의 단편인 『이토록 평범한 미래』 속에서 에세이 『자유로운 마음』이라는 책이 언급되는데, 그 서문이 이렇다고 나온다.



 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이 바다에 파도가 일면 그 모습이 가려진다. 파도는 바다에서 비롯되지만 바다가 아니며, 결국에는 바다를 가린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 ‘정말 행복하구나’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으리라.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왜 불안해지는가? ‘행복’이라는 말이 실제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신한 언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그 뜻이 달라질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야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야기의 형식은 언어다. 따라서 인간의 정체성 역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렇듯 인간의 정체성은 허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규정하는 것도 언어이므로 허상은 더욱 강화된다. 말로는 골백번을 더 깨달았어도 우리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18~19쪽)


 이 글을 통해서 작가는 작품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정체성이 허상이라면 그 인간의 생각 또한 허상이 아니겠는가. 특히 과거나 미래를 향한 인간의 생각은 허상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살아있으므로 그 ‘시간’이라는 개념에 구애를 받는다. 그렇지만 시간은 단지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 일뿐이라고, 선각자들이나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런 말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사실 과거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는 그것을 있다고 여기며 괴로워하거나 기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단지 환상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러니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를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살아갈만한 힘이 되지 않겠는가.

 빛은 늘 지금, 여기에 있지만, 우리는 때때로 눈을 감고 빛이 어디 있느냐고 헤매고 다니기도 한다. 그래서 자주 삶이 고행이 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은 삶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삶은 그저 환상이며 꿈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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