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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Dec 28. 2023

현대미술, 선禪에게 길을 묻다/글·그림 윤양호/운주사

  -외로울 땐 독서

현대미술, 선禪에게 길을 묻다/글·그림 윤양호/운주사


저자는 2000년도에 국제선조형예술협회를 창설했고, 선조형예술에 대한 미학적 패러다임을 형성하고자 연구와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에 선조형예술학과를 설립하여 주임교수로 있다.


 그는 미술에 선禪을 도입해서 국제선조형예술협회를 창설했다. 그는 작품 활동을 수행에 비유했다. 미술에 대해서 절대 문외한이지만 그의 말이 무척 설득력 있게 들렸다.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의 영역이 ‘인간을 위한 예술’로 변화되면서 선과 예술은 더욱 가까워졌다. 선은 생각의 깊이를 추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현대미술 역시 생각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특성들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며 작품 속에 정신의 깊이를 투영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맺음말에서, 현대미술의 흐름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작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의 바람만큼은 아니겠지만, 이 책에서 현대미술의 흐름에 대해서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책에는 인상적이고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것만으로도 현대미술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글들을 옮겨 본다.



 예술가들이 사물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내면적으로 느끼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사물과 일치되는 것이다. 이는 과학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우리의 인생은 과학에 많은 부분 의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이러한 삶의 과정에서 이제는 예술가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인생의 예술가’, 조금은 생소한 단어이지만 우리는 이미 모두 예술가가 되어 자신의 삶을 창조하고 있다. 탐·진·치에 끌려가다가도 어느 순간 돌아설 수 있는 용기와 실천할 수 있는 자력과 깨달음으로 뭉쳐진 우리는 이제 무엇이 아름다운 예술작품인지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수행을 한다고 하는 것은, 조각가가 죽어 있는 통나무를 조각하여 멋진 조각 작품을 만들어 내듯이, 삶의 고통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비추어 주는 것이다. (60~61쪽)


- 우리는 모두 ‘인생의 예술가’라는 표현이 멋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을 창조하기 때문에 예술가이다. 우리 삶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 것인가는 온전히 우리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 자신의 작품이 될 인생을 어떻게 하면 멋지게 창조할 것인가. 예술가의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본다면 어떠할까. 함부로 살지 않고 좀 더 조심스럽게 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미술 작품을 보고 감동을 할 때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미술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마다 각자 다르게 이야기할 것이다.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내면에 존재하는 자신의 독특한 감성, 이성, 경험 등이 작품의 내재적인 요소와 소통을 할 때 감동을 받는 것 같다. 즉 미술작품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본래적인 성품을 일깨워주고 비쳐주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스스로 잊고 살아가는 내면의 본성들은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어떠한 자극을 가하거나 계기가 되었을 때에만 드러나는 특성을 보이는 본성을, 작가들은 자신의 반복적인 행위를 통하여, 또는 정신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상징화된 기호나 형상을 사용하여 표현하고자 한다. 때문에 작가의 정신성이 관객들에게 바로 전달되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뎌 내야 하는 고통의 과정이 존재한다. (134쪽)


-우리의 내면은 무의식 속에 갇혀 있을 때가 많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어떤 계기가 있어야 무의식에 갇혀 있던 내면이 표출된다. 그런 내면이 표출될 때 우리는 자유로움과 행복을 느낀다. 이런 느낌을 자주 느끼고 싶다면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스스로 노력해야만 우리의 내면을 만날 수 있다.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간화선에서 하는 의두연마는 모든 관심을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다. 외형의 세계가 아닌 내면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자아를 찾아가는 방법이다. 예술가들 역시 내면을 찾아가는 방법은 유사하다. 여기에 경우에 따라서 추가되는 것은, 대상에 대한 본질을 찾아 자신과 일치시키는 과정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무를 그린다고 할 때 나무의 외형적인 형상을 그리는 것이 아닌, 나무가 지닌 본질적인 특성을 기호나 색채로 함축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즉 나무라는 형상은 사라지고 작가의 마음에 나타나는 나무에 대한 생각 또는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때문에 나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나아가서 나무라는 이름 이전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273~274쪽)


-그의 선조형예술에 대한 생각, 즉 현대미술과 선禪의 관계를 잘 설명한 글이다. 그에 따르면 선禪과 예술행위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미술에 대해 조금은 이해를 넓힐 수 있었던 글이었다.


 예술가는 예술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서 존재한다. 예술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매 순간 새롭게 탄생하는 예술을 개념으로 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개념 규정이 필요하지도 않다.
 칸트는 자신의 미학에서 최고의 예술은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다. 새롭다는 것은 인식의 변화를 말한다. 대상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대상을 보는 관점이 새로운 것이다. 때문에 예술가는 ‘시각의 눈으로 보는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보는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최고의 예술은 깨달음이다.” (274~275쪽)


-마지막으로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정의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내 인생이라는 예술을 창조하는 예술가라는 생각을 해보면, 내 삶을 내 나름대로의 개성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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