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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Aug 19. 2024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김미옥 지음/파람북

- 외로울 땐 독서



제목에 이끌려서 읽은 책.

이 책으로 김미옥이라는 서평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책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책날개에는 저자를 이렇게 소개했다.

활자중독자, 독서선동가로 불리는 서평가이자 문예평론가.

저자 소개가 재미있었다. 저자의 약력이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오히려 흥미로웠다.


저자가 소개한 책들이, 내게는 낯선 책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책들은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 것들이 많았다. 저자의 필력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책 자체가 좋은 책이었을까. 대부분의 서평 양이 4~5쪽이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용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아무튼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매력 있는 서평가 한 사람을 알게 되어 반가웠다. 그녀가 소개한 책들을 메모해 두었다. 소개한 책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어서, 한동안은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다. 세상에는 이렇게 읽을 만한 책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즐거웠다. 언젠가부터 도서관에서 책 고르는 게 쉽지 않았다. 책들은 엄청 많은데 그 속에서 종종 길을 잃었던 적이 있었다.

나 같은 독자들에게 그녀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


그녀의 서평 중 매력적이었던 한 대목을 옮기며 글을 마친다.


 시간에서 자유로운 존재는 없다. 생물이 노화하듯 무생물도 풍화하고 침식되며 소멸로 나아간다. 자신이 태어난 장소로 돌아가서 흙으로 동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시간이 주는 놀라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끼 낀 담장, 세월이 묻은 벽돌, 오랜 손길로 윤이 나는 마루, 그리고 폐허의 아름다움. 자연의 감가상각이 건축물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경우다.
사람도 그렇다. 노년에 이르러 영혼이 아름다운 인간을 만나면 나는 감탄한다. 세상이 준 수많은 상처를, 인간을 이해하는 단초로 쓰는 이를 보면 콧등이 시큰해진다. 환경과 경험이 존재를 규정함에도 상황을 초월하는 인간은 경이의 대상이다. 쇠락이 완성의 과정이 되는 존재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328쪽)

-불멸자일까, 언데드일까
『풍화에 대하여』, 모센 모스타파비·데이빗 레더배로우 지음, 이민 옮김, 이유출판, 2021. 원제 On Weath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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