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울 땐 독서
시간에서 자유로운 존재는 없다. 생물이 노화하듯 무생물도 풍화하고 침식되며 소멸로 나아간다. 자신이 태어난 장소로 돌아가서 흙으로 동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시간이 주는 놀라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끼 낀 담장, 세월이 묻은 벽돌, 오랜 손길로 윤이 나는 마루, 그리고 폐허의 아름다움. 자연의 감가상각이 건축물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경우다.
사람도 그렇다. 노년에 이르러 영혼이 아름다운 인간을 만나면 나는 감탄한다. 세상이 준 수많은 상처를, 인간을 이해하는 단초로 쓰는 이를 보면 콧등이 시큰해진다. 환경과 경험이 존재를 규정함에도 상황을 초월하는 인간은 경이의 대상이다. 쇠락이 완성의 과정이 되는 존재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328쪽)
-불멸자일까, 언데드일까
『풍화에 대하여』, 모센 모스타파비·데이빗 레더배로우 지음, 이민 옮김, 이유출판, 2021. 원제 On Weathe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