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요리 공부가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요리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뚝배기 달걀찜도 만들어 보고 굴소스 야채볶음 등으로 영양식을 갖추어 먹었다(...)
요리는 나 같은 독거노인이 생존 능력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작은 권력이며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20쪽)
언젠가 내가 혼자 숨져있는 모습이 뒤늦게 발견됐다 하더라도 결코 놀라지 말 것을 아들 내외에게 여러 차례 일러두었다. 우리 시대의 삶과 죽음이 그러하니 아버지의 고독사를 섧게 여기지 말라 했다. 그건 불효가 아니다. 난 이대로가 좋아. 나의 평화를 위해서,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나는 독립생활을 하면서 자유와 고요를 만끽할 수 있는 여유를 즐겨왔다. 무기력한 노인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던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내 시간을 소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혼자 사는 삶의 자유를 과소평가하거나 우습게 여기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혼자 사는 것도 나쁠 게 없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질병의 파편들이 내 육신과 영혼을 파괴한다 하더라도 나는 크게 저항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편안한 마지막 삶을 위해 소중한 내 시간을 쌓아가고 허물기를 거듭하다가 저 멀리서 스멀스멀 다가오는 운명의 신에 내 몸을 맡기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31~32쪽)
이 책을 쓰면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제 삶의 일부분을 허물기로 작정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독자 여러분의 생각에 도움을 주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