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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플로렌스(2016년)

-나 홀로 시네마

by 푸른 오리


1940년대, 음치 소프라노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주연으로 메릴 스트립과 휴 그랜트가 나와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플로렌스는 부유한 상속녀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몹시 불행한 여인이었다. 첫 번째 남편에게서 매독을 옮아 평생 병으로 고생했다. 두 번째로 만난 남편인 베이필드는 플로렌스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상한 남편이다.

플로렌스는 심한 음치인데 본인은 그것을 모르고 노래 부르는 것을 즐겨 한다. 남편이 그녀에게 칭찬만을 하고 주변 사람들은 부유한 그녀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아서 무조건 그녀의 노래에 ‘브라보’를 외치니, 그녀는 자신이 정말 노래를 잘 하는 줄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그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를 기만하는 것인지 정말 헷갈렸다.


그녀는 매독 때문에 평생 주치의의 진료를 받고 살고 있었다. 그 당시의 의술로서는 매독에 걸리면 오래 살지 못했다. 주치의가 일이 생겨 잠깐 다른 의사가 왕진을 왔는데, 그는 매독 환자인 그녀가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는지 의아해한다. 이에 대해 남편 베이필드는 플로렌스가 노래를 좋아해서 노래를 즐겨 불렀고, 노래 덕분에 그녀는 살아있다고 했다. 사람이 생의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을 때 생명은 오래 유지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흔한 예로 암환자의 경우에 환자가 생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가질 때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치유율과 생존율이 훨씬 높다고 하니, 생에 대한 의지야말로 삶을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라고 할 수 있겠다. 플로렌스에게는 노래가 삶의 에너지였다.


어느 날 플로렌스는 남편이 골프 여행을 떠나서 혼자 집에 있게 되자 몹시 외로워한다. 남편이 젊은 여자와 함께 여행을 간 것을 플로렌스가 아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병 때문에 남편이 그런다고 이해하는 것 같았다.


베이필드는 다정한 남편이긴 하지만 플로렌스와의 결혼생활은 정신적 사랑에 기반한 것이었다. 건강한 남자였던 베이필드는 젊은 여자와 사귀고 있었다. 그의 사랑은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으로 나누어져 있었다고나 할까. 단순히 불륜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플로렌스를 아내로서 정말 사랑했지만 육체적으로 건강했던 그에게도 탈출구가 필요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좋은 남편임에는 틀림없겠지만, 그는 성인군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으므로 일방적으로 그를 비난만 할 수는 없었다. 플로렌스도 그렇게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베이필드가 여행을 떠났을 때 플로렌스는 우연히 라디오를 켰다가 자신의 소장용 음반이 유출되어 방송되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어떤 해군이 방송에서 자기 노래를 듣고 감동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너무나 흥분해서 해군 천 명을 자신의 음악회에 초대하기로 한다. 그리고 카네기 홀에서 자신이 공연할 계획을 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베이필드는 이 사실을 알고 공연을 막으려고 해보지만, 플로렌스의 고집을 꺾지 못한다. 공연을 하는 동안 플로렌스가 노래하는 것을 보고 군인들은 야유를 보내지만, 어떤 여성의 기지로 공연을 무사히 마치게 된다.


플로렌스는 공연 후 자신의 공연에 관한 평을 몹시 궁금하게 여긴다. 베이필드는 여러 신문사의 기자들을 매수해 좋은 평을 쓰게 했으나, 뉴욕 포스트사의 기자는 설득하지 못했다. 뉴욕 포스트는 플로렌스의 공연에 대해 혹평을 실었다. 베이필드와 피아노 반주자인 맥문은 플로렌스가 뉴욕 포스트를 읽지 못하게 하려고, 집 근처의 신문 판매대에서 뉴욕 포스트 신문을 몽땅 사들였다.

플로렌스는 뉴욕 포스트의 평이 궁금해 거리로 나와서 뉴욕 포스트에 실린 혹평을 우연히 보게 되는데, 그때서야 자기 자신의 공연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고 그 충격으로 기절한다. 이후 그녀의 건강은 급격하게 나빠진다.


플로렌스는 남편에게 자신의 노래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 목소리는 누구보다 진실했어.”라고.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플로렌스가 남편에게 남긴 말은, 이 영화의 백미였다.


사람들은 내가 노래를 못 부른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안 불렀다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요.

People may say I couldn‘t sing, but no one can ever say I didn’t sing.


이 마지막 대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녀는 비록 노래에 재능이 없었지만 노래를 진심으로 즐겁게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녀는 행복했다. 그러면 된 것이 아닌가? 노래를 잘해서 남한테 인정을 받기를 원하는 이유가, 결국 그런 인정을 통해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라면, 노래를 잘 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어쩌면 잘 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더 행복한 것은 아닐까.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일이, 어떨 때는 오히려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세상의 인정 때문에 그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괴로워하면서 그 일을 계속할 때가 있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면 결단을 내려 그 일을 멈추어야 한다. 왜냐하면 가장 소중한 존재는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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