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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헤르만 헤세/민음사

- 외로울 땐 독서

by 푸른 오리



싯다르타는 부유한 바라문 계급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자아 속에 있는 근원적인 샘물을 찾고 그것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는 삶에 대한 확실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문이 되기 위해 친구인 고빈다와 함께 집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사문의 생활에서도 만족을 느끼지 못했고, 사문의 지식만으로는 삶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당시 최고의 지도자라고 알려진 고타마를 만나서 그의 설법을 들었다. 친구인 고빈다는 고타마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싯다르타는 혼자서 수행의 길을 떠난다.

그가 고타마의 제자 되기를 거부한 이유는, 고타마는 자신의 구도행위를 통해 죽음으로부터 해탈했지만, 그는 고타마의 가르침을 통해서 자기가 해탈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싯다르타는 깨달음은 스스로의 힘으로 얻는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당신은 죽음으로부터의 해탈을 얻으셨습니다. 죽음으로부터의 해탈은, 당신이 그것을 얻기 위하여 나아가던 도중에 당신 스스로의 구도 행위로부터, 생각을 통하여, 침잠을 통하여, 인식을 통하여, 깨달음을 통하여 얻어졌습니다. 그것이 가르침을 통하여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해탈은 가르침을 통하여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세존이시여, 당신은, 당신이 깨달은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아무에게도 말이나 가르침으로 전달하여 주실 수도, 말하여 주실 수도 없습니다. 도를 깨달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살고 악을 피하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이토록 명백하고 이토록 존귀한 가르침이 빠뜨리고 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세존께서 몸소 겪으셨던 것에 관한 비밀, 즉 수십만 명 가운데 혼자만 체험하셨던 그 비밀이 그 가르침 속에는 들어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바로 이 점이, 제가 가르침을 들었을 때 생각하였고 깨달았던 점입니다. 이 점이 바로 제가 편력의 길을 계속 가려는 이유입니다. 어떤 다른 가르침, 더 나은 가르침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가르침과 스승을 떠나서 홀로 목표에 도달하든가 아니면 죽든가 하겠지요. 세존이시여,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이날을 자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제 눈으로 직접 성스러운 분을 뵌 이 순간을 자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55~56쪽)


싯다르타는 친구인 고빈다와 헤어져서 세속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기생 카말라를 만나 사랑에 대해서 배우고, 부유한 상인인 카마스와미를 통해 돈 버는 법을 배웠다.

그는 물질적으로 큰 성공을 했지만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가했지만, 어느새 깨달음과 거리가 먼 속물이 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를 느끼고 카말라와 자신의 재산 등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길을 떠났다. 그때 카말라의 뱃속에서 그의 아들이 자라고 있었지만, 싯다르타는 모르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자신에게 너무 실망해서 강에서 자살하기로 결심했다. 그 순간 그는 강에서 ‘옴’ 소리를 듣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는 과거에 추구해 왔던 모든 것들이 헛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강가에 사는 뱃사공 바주데바와 함께 살기로 했다.

바주데바는 글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강물 소리를 들으며 깨달음을 얻은 현자였다. 그는 잘 듣는 사람이었다. 잘 듣는다는 것은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는 싯다르타에게 강물의 소리를 잘 들어보라고 했다. 그는 강의 소리 속에는 삼라만상의 모든 소리들이 다 들어 있다고 했다.


강으로부터 그는(싯다르타) 쉴 새 없이 배웠다. 그는 강으로부터 무엇보다도 경청하는 법, 그러니까 고요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영혼, 활짝 열린 영혼으로, 격정도, 소원도, 판단도, 견해도 없이 귀 기울여 듣는 것을 배웠다.(154쪽)


싯다르타는 바주데바에게서 강물 소리를 듣는 법을 배웠고, 두 사람은 점점 서로 닮게 되었다.

어느 날 싯다르타는 바주데바에게 강을 통해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하자, 바주데바가 말했다.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강물은 어디에서나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강의 원천에서나, 강 어귀에서나, 바다에서나, 산에서나, 도처에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강에는 현재만이 있을 뿐, 과거라는 그림자도, 미래라는 그림자도 없다, 바로 이런 것이지요?(155쪽)


세월이 지나서 싯다르타는 카말라와 그의 아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지만, 카말라는 뱀에게 물려 갑자기 죽어버렸다. 그는 아들을 훈육해보려고 하지만, 아들은 견디지 못하고 도망가 버렸다. 그 일을 통해 비로소 싯다르타는 젊은 시절에 출가를 만류했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는 그 당시에 아버지가 느꼈을 고통과 슬픔을 그대로 느꼈다.

이런 싯다르타를 보고, 바주데바는 그에게 다시 강의 소리를 잘 들어보라고 했다.


싯다르타는 귀를 기울였다. 그는 이제 온통 귀 기울여 듣는 자가 되어, 온통 듣는 데 몰두하였으며, 마음을 온통 비운 채, 온통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이제는 귀 기울여 듣는 법을 끝까지 다 배웠음을 느꼈다.(195쪽)


이 순간 싯다르타는 운명과 싸우는 일을 그만두었으며, 고민하는 일도 그만두었다. 그의 얼굴 위에 깨달음의 즐거움이 꽃피었다. 어떤 의지도 이제 더 이상 결코 그것에 대립하지 않는, 완성을 알고 있는 그런 깨달음이었다. 그 깨달음은 함께 괴로워하고 함께 기뻐하는 동고동락의 믿음으로 가득 찬 채, 그 도도한 강물의 흐름에 몸을 내맡긴 채, 그 단일성의 일부를 이루면서 그 사건의 강물에, 그 생명의 흐름에 동의하고 있었다.(197쪽)


바주데바는 싯다르타가 깨달았다는 것을 알고서 몹시 기뻐했다. 그는 떠날 때가 되었다며 싯다르타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숲 속으로 사라졌다. 싯다르타는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었다. 바주데바는 싯다르타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준, 진정한 의미에서의 스승이었다.


싯다르타의 친구였던 고빈다는 싯다르타를 만나 보고서, 그가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깊은 존경심으로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이 작품은 한 인간이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기 위해 겪은 여러 가지 삶의 경험과 수행 여정을 보여준다. 싯다르타는 현자의 말이나 문자로 된 가르침은 ‘지식’ 일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식을 통해서는 결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고타마의 제자 되기를 거부했다. 그는 자신만의 수행과 체험을 통해서 진실한 깨달음을 얻었다.


고타마와 싯다르타는 결국 한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세존의 이름은 고타마 싯다르타였고, 헤세는 소설에서 세존의 자아를 고타마와 싯다르타 둘로 나누었지만, 결국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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