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류이치 사카모토는 일본의 음악가.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로 영국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고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 작곡상,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2023년 3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23년 6월 유고 에세이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가 한국, 일본, 중국, 대만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후쿠오카 신이치
일본의 생물학자, 작가.
《생물과 무생물 사이》 《동적평형》시리즈 등 동적평형론을 바탕으로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저서들을 다수 발표했다.
류이치 사카모토와 후쿠오카 신치치의 음악과 생명에 관한 대담. 음악가와 과학자의 각각 다른 분야의 대가들의 대담이었지만, 생각보다 그들의 공감대가 넓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두 사람의 대화는 늘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었는데 로고스 logos와 피시스 Physis의 대립이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로고스는 인간의 사고방식, 언어, 논리 등을 뜻하고 피시스는 우리 존재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를 가리킨다고 했다.
‘세상을 어떻게 써 내려갈 것인가’에서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과학이 철저하게 객관적 진실을 지향한다 해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뇌가 지닌 인식의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윅스킬이 말했듯이 생물에게는 그들 각각의 세계가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세계가, 진드기에는 진드기가 인식하는 세계가 있는 것이죠. 인간과 진드기가 같은 세계를 인식한다고는 불 수 없습니다.
이렇듯 생물로서 지니는 존재적 조건은 뛰어넘을 수 없는 것 아닐까요. 가령 시간이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숫자, 법칙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그 질곡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들 어찌 됐든 시간의 화살은 한 방향으로 나아가니까요.
두 사람의 대화는 내게는 너무 고차원적이어서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세계에 잠시나마 내 정신의 발을 살짝 담가보았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류이치는 음악가였지만 과학에 상당히 조예가 깊었고, 후쿠오카는 과학자였지만 음악에 대해 깊은 공감력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어떤 분야이든 간에 대가들의 세계에는 어떤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독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듯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비슷한 대담을 다룬 책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얼마 전에 《기울어진 평등》을 읽었다. 그 책은 토마 피케티와 마이클 샌델의 대담을 다룬 책이었다. 토마 피케티는 소득과 불평등을 연구하는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역사를 탐구하는 사회과학자이다. 그리고 마이클 샌델은 미국 정치철학과 교수로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다.
《기울어진 평등》은 ‘부와 권력은 왜 불평등을 허락하는가’에 대한, 토마 피케티와 마이클 샌델의 대담을 다룬 책이다.
외국에서는 이렇게 대가들의 대담을 다룬 책들인 많이 나온다. 일반인들이 그 전문가들의 대담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지라도 그런 대담을 접할 수 있다는 게 지적으로 엄청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