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책/이은혜/마음산책

-외로울 땐 독서

by 푸른 오리



저자는 인문출판사 글항아리 편집장.


책 제목이 ‘살아가는 책’이다. 책이 어떻게 해서 살아

가는가? 은유적인 의미인가?

저자는 머리말에서 책 한 권을 ‘버겁지만 귀한 타인’으로 표현했다.

그 말에 나는 별다른 의의 없이 동의한다. 왜냐하면 어떤 책을 읽다 보면 책 자체가 생생한 의식을 가진 살아있는 존재로 여겨질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 한 권의 무게가 나의 삶에 무겁게 얹힐 때가 있었다. 물론 모든 책이 다 그러하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 누구나 자기 기억과 맞닥뜨리고, 기억 속 매 장면에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나를 둘러싸고 있으나 나는 언제나 조연이다. 한 배우가 다가와 손잡고 포옹하더니 이내 어깨를 흔들고 혀를 차면 떠난다. 얼마 후 새로운 배우가 나타나 가질 걸 하나둘 꺼내 주다가 주머니가 비자 다시 강가로 가 매끄러운 조약돌을 채워 와 손에 쥐여준다. 그러고는 오래 곁에 머문다. 이들 중 누구는 통통하고 귀여우며, 누구는 머리숱이 없고 키가 작지만 근사하다(...) 배우들은 책에서 빠져나와 삶을 살고, 다시 의미를 얻어 문장 속에 담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책을 읽는 방식이었다. 읽고, 현실로 끄집어내고, 다시 글 속으로 넣었다.(7~8쪽)


저자는 자신의 책 읽는 방식을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독자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저자처럼 은유적으로 멋지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저자는 머리말 마지막을 이렇게 맺었다.


읽는 데서 나아가 필연적으로 나의 삶이 될 글쓰기를 한발 한발 같이 내디뎠으면 좋겠다.(9쪽)


이 말에서 저자가 책 제목을 왜 그렇게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즉 읽는 삶에서 쓰는 삶으로, 그리고 그런 행위가 온전히 자신의 삶이 된다는 것.

머리말에서 저자는 하고 싶은 말을 다한 듯했다.


본문에서는 여러 작가의 책을 소개했고, 그 내용과 더불어 자신의 삶과 자기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책은 결국 사람들의 삶을 다루었기 때문에 책과 삶은 서로 내통하는 사이였다. 그렇지 않은가.


맺음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썼다.


글 쓰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고 우회하는 행위다. 할 일 속으로 곧장 뛰어들지 못하고, 삶의 어느 지점에서 멈춰 기웃거리다가 이런저런 순간과 기억을 지연시키며 며칠씩 흘려보낸다. 쓰는 이들은 점점 더 비효율적이 되어가고, 바로 여기에 글쓰기의 구원이 있다(...)

텍스트 바깥의 산만하고 획일화된 삶을 작품으로 끌어와준 작가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이 책은 그들의 책에 바치는 헌사로 되도록 내 언어로 치환하고자 노력했고, 따라서 부분적으로 인용한 내용은 출처 표기를 하되 일일이 쪽수 표시를 못했다.(198~199쪽)



저자가 말했듯이 작가들은 텍스트 바깥의 산만하고 획일화된 삶을 그들만의 언어로 비추어주었다. 독자들은 그 덕분에 무심코 흘려버릴 삶의 반짝임을 반추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책을 쓴 작가와 그 책들을 소개해준 저자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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