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다잉/앤 보이어 지음/돌봄

-외로울 땐 독서

by 푸른 오리

언다잉: 고통, 취약성, 필멸성, 의학, 예술, 시간, 꿈, 데이터, 소진, 암, 돌봄/앤 보이어 지음/돌봄



앤 보이어는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다.

그녀는 41세에 ‘삼중 음성 유방암’을 진단받는다. 이 암은 유방암 중에서도 특히 공격적이고 힘든 암이라고 한다.

2019년 그녀는 자신의 투병 과정을 기록한 『언다잉: 고통, 취약성, 필멸성, 의학, 예술, 시간, 꿈, 데이터, 소진, 암, 돌봄』을 출간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유방암을 다룬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2020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언다잉』은 1인칭으로 쓴 투병기지만, 단순한 개인적인 투병기가 아니라 자본주의, 가부장제, 인종주의의 비정한 폭력을 예리하게 폭로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질병이나 환자는 거대한 의료시스템의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먹잇감으로 종종 전락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특히 젠더화된 유방암을 앓는 여성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암이 완치되었지만, 이 책이 암을 이겨낸 승리의 서사로 읽히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책에서 유방암으로 사망한 여성 작가들을 소환하고, 유방암 환자들의 고통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핑크 리본과 유방암 ‘인식’ 제고 문화를 비판했다.


이 책을 통해, 병이라는 것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와 얽혀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사회시스템에서 병을 앓는, 혹은 앞으로 병을 앓을 수 있는 모든 개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 작품이다.


암환자의 심리가 예리하게 드러난 부분을 옮겨본다.

우리가 그녀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항암 화학 요법을 택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당신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을 때 건물에서 뛰어내리기를 택하는 것과 같다고 언젠가 누군가가 말한 적이 있다. 당신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어도 암이 초래하는 고통스럽고 추악한 형태의 죽음이 두려워 뛰어내리거나, 삶에 대한 욕망 때문에, 설령 그 후 지속될 삶이 그저 고통스럽기만 할지라도 살고 싶어 뛰어내린다.

물론 선택의 기회가 있고, 당신은 선택을 내리지만, 그 선택이 오롯이 당신의 선택이라고 느끼지는 못한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 고통을 겪어 마땅한 사람으로 간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다시 건강해진 기분을 느끼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망, 죽게 되면 죽었다고 비난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 모든 생각을 제쳐 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망, 대중적인 지침서들에 적혀 있는 자기 보존적인 자기 파괴의 모든 형태를 흔쾌히 따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순응한다. (105쪽)



암은 사람을 죽이고, 암 치료도 사람을 죽이고, 암 치료의 부족 또한 사람을 죽이며, 암 치료에 각자 어떤 믿음 혹은 감정을 품고 있든 그건 사람이 죽는 이유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 나는 모든 좋은 생각을 받아들이고, 모든 미덕을 선보이고, 모든 선행을 실천하고, 모든 제도적 요구를 따르고서도 여전히 유방암으로 사망할 수 있으며, 모든 그른 행동을 믿고 따르고서도 여전히 살아 있을 수 있다.(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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