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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사천삼백구십여섯번째 어른 날

2020.08.26



그 정도의 물놀이 계곡은 누구나 아는 곳이라는 듯 사람들은 대화를 이어갔다.


그 곳으로 가는 길 어느 식당이 맛있는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언제 한 번 호되게 교통체증에 걸렸었는지.


아무 말도 없이 커피를 쭈욱 들이키는 나를 사람들이 보았을 때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그 유명한 곳을 모르냐고 핀잔같은 말을 들었고,

나는 원채 나가질 않아서요 라고 대답했다.


어떻게 가면 되는지 도로 이름을 말해주는 사람들 말에 고개도 끄덕이며 길을 외우는척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생각이 났다.


이야기를 하다 나는 어디 놀러다녀 본 적이 없다고 그랬다. 보기보다 애를 쓰며 살아와서 그런 경험이 없다고.


그 말에 그 사람은


'그럼, 이제 내가 많이 데리고 다녀야겠네.'


라고,

밤이 늦은 도로 위 운전대를 잡은 채 말했다.


그 말에 울컥 고마워서 두근,

하고 심장이 뛰었었다.

평생 들은 말중에 가장 고백같은 말이었다.


괜찮다고,

혼자 버틴 나는 참 잘해왔고

이제는 같이 하자고.

나는 그 말을 그렇게 들었고

조금은 그 말에 기대어 그 동안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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