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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 58

2017.12.04


열 넷.


늙고 하얀 긴 털을 가진 고양이는


아마 열 네살쯤 되었을거다.


몇 번 핥지 않아도 풍성하고 하얗던 털은


여러번  빗어내도 쉽게 엉켜 군데 군데


가위질로 잘라내어 예전같지가 않다.


가끔은 혹시 아파 그런건가 싶은 실수에


조금씩은 마음을 준비하라는 뜻인건가


알아채기 힘든 네 속대신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다른건 몰라도 내가 너의 평생을 기억해야 하는건


참 다행한 일이다.


내 곁에 조금 더 가까울 수 있다면


웃풍드는 내 방 한기쯤은 네 발을 웅크리고 참아내는 네가


그 작은 몸으로 나를 기억해야하는 일이 없도록


난 좀 더 애써 살아 네 평생을 나에게 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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