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오후 3: 58

2017.12.04


열 넷.


늙고 하얀 긴 털을 가진 고양이는


아마 열 네살쯤 되었을거다.


몇 번 핥지 않아도 풍성하고 하얗던 털은


여러번  빗어내도 쉽게 엉켜 군데 군데


가위질로 잘라내어 예전같지가 않다.


가끔은 혹시 아파 그런건가 싶은 실수에


조금씩은 마음을 준비하라는 뜻인건가


알아채기 힘든 네 속대신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다른건 몰라도 내가 너의 평생을 기억해야 하는건


참 다행한 일이다.


내 곁에 조금 더 가까울 수 있다면


웃풍드는 내 방 한기쯤은 네 발을 웅크리고 참아내는 네가


그 작은 몸으로 나를 기억해야하는 일이 없도록


난 좀 더 애써 살아 네 평생을 나에게 묻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후 6:4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