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 정말 고이 보내야 하나요?

지금 나는 잘 헤어지고 있나요?

by Olive

헤어지는 건 참 힘들지요?

살다 보니, 다양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그 안에서 울고 웃으며 내 인생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채워왔다. 어떤 페이지에는 가족이 나와 함께 따듯하게 있어 주었고, 다른 장에서는 친구들이 나와 함께 웃고 있었다. 때로는 나를 단련시켜 주는 칼도 있었고, 나를 다듬어주는 조각도도 있었으며, 나를 뜨겁게 달궈주는 용광로도 있었다. 인생의 칸칸마다 사람과 상황으로 나는 깎이고 다듬어지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칸칸에는 언제나 영원히 함께 할 것만 같았고,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에도 헤어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어릴 적 나를 키워준 부모로부터 처음 독립하여 집을 떠나 학교에 다니던 때… 나를 많이 아끼고 사랑해 주었던 아버지를 하늘나라에 보내드려야 했을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자기의 길을 찾아 나설 때… 마음을 나눈 친구와 어쩔 수 없이 멀어지게 될 때… 마음 한 구석이 떼어져 나간 것처럼 아프고 허전하다. 혼자 가슴앓이를 하면서 있었던 시간을 추억하기도 하며 애도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만남은 뭔가가 설레고 채워지는 느낌이지만, 헤어짐은 비워지고 사라지는 것 같아서 슬프고 우울해지기도 하다. 헤어질 때, 웃으면서 안녕하는 것은 그 만남의 깊이가 어느 정도 내가 감정적으로 깊지 않을 때에도 가능하지만, 정작 내 심장까지 관계가 깊이 스며들었을 때에는 그저 안녕하며 웃으며 헤어질 수 있을까? 그렇게 묘사되는 드라마나 영화는 지나친 미화라고 생각한다. 그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 주고받았던 온기와 미묘하게 불편했던 오해를 해결하며 더 단단하게 깊어진 시간들이 ‘웃으며 안녕’으로 쿨할 수 있냐 말이다.


헤어질 때, 나는 어떤 마음인가요?

어떤 관계이냐에 따라 헤어질 때의 마음이 달라진다. 나를 따뜻하게 지지해 주고, 행복했던 관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상실감과 슬픔으로 채워진다. 그 안에서 나는 보살핌을 받았고, 나를 인정해 주는 그들로부터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받았기 때문에 그 관계가 없어진다는 것은 곧 깊은 상실의 고통이 된다. 마음이 얼얼하고 계속 가슴을 후비는 듯한 무게감으로 심장이 아려오고,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며 엄마 잃은 아이처럼 슬프다. 세상을 향해 아파죽겠다고 소리 지르고 싶어진다.

그 외롭고 힘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그 비워진 마음의 공간이 다른 것으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그리고 살아가면서 내 인생에서 행복한 추억으로 꺼내보며 그리움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내기도 한다. 가끔 어려운 시간을 지날 때에 그 행복했던 추억이 나를 붙잡아주는 지지대가 되어주기도 하고, 그에게서 받은 따스한 온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닮은 모양으로 선의를 베풀게 해주는 인생의 교본이 되기도 한다. 지금 내 옆에 없지만, 그 만남으로 가졌던 추억은 지금의 나를 잘 살아가게 해 주기에 헤어짐은 있었던 것을 없었던 것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또한, 헤어짐 후에 모든 것이 다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함께 했던 사랑도, 미숙함으로 인해 아파했던 시간도, 나와 그도 함께 있었기에 헤어짐으로 모든 것을 지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서로 아파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그래도 함께 하며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았기에 그 또한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이후의 시간을 같이 할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도 나에게 당신이 있어서 감사했다는 그 마음을 가지고 그 시간을 함께 해준 이에게 따뜻한 마침표를 놓아주는 것이 인생을 해석하고 정의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헤어졌지만, 헤어짐은 아니었지요?

헤어지면, 물리적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과거의 시간 속으로 소환되어 그들을 만나기도 한다. 가끔은 서로 미소 짓는 식탁에서, 때로는 울퉁불퉁한 모습으로 서로를 향해 소리 지르기도 하고, 그들과 헤어진 시간 속에 오롯이 혼자 있는 나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기도 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를 지지해 주었던 그들을 생각하며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기도 하고, 헤어졌을 때의 아팠던 기억보다는 같이 했을 때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미소 짓곤 한다. 비록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그립고 고마운 사람들을 만났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그 만남의 시간들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했고, 헤어진 이후의 시간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살아낼 수 있는 삶의 문법을 만들어가는 것을 본다. 그렇게 보다면, 내 인생에서 만남과 헤어짐의 여정은 지금의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과정이었으며, 삶의 지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탐구는 아니었을까?

헤어짐은 완전한 끝도 아니고, 완전한 삭제가 아니었다. 그 속에서 마음의 크기가 넓혀지고, 마음이 더 깊게 인생의 단맛과 쓴 맛을 느끼며 삶을 건강하게 해석하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때로는 내게 아픔을 더 많이 주기도 했고, 때로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고통스러웠지만, 그 속에서 나는 다채롭게 물들여지고, 그 무늬를 만들어 왔다. 그렇다면, 그 만남과 헤어짐은 내게 필요했고, 지나고 보니… 값비싼 수강료를 내고 익히게 된,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되어주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릴까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읽을 때마다 내 마음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된다. 학생이었던 나에게 다가왔던 그의 시는 민족의 상황과 엮어서 읽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헤어짐의 키워드를 말해주는 듯하다. 헤어짐을 맞이할 때, 서로 가슴 아프고 힘들겠지만, 좋았던 것을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말없이 고이 보내주는 예의를 갖추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은 있겠지만, 함께 하며 서로에게 주었던 그 온기마저 냉기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와 함께 해주어서 고마웠던 사람에게 아쉽고 서운했던 마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헤어짐의 인사 속에는 말없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주는 것으로 ‘관계의 의리’를 지키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잘’ 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고이 보내야 하느냐는 나의 물음에, 내 마음은 '관계의 의리'라는 답을 내놓는다. 그것은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와 함께했던 나의 시간과 진심을 훼손하지 않기 위함이다




부모님께… 나의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함께 했던 좋은 친구들과 동료, 지인들에게


함께 해주어서 고마웠습니다. 받은 사랑으로 행복했습니다.

그 사랑으로 제가 많이 성장하고 감사했습니다.

비록 헤어지는 것이 아프지만, 당신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함께 했던 시간들이 아름다웠기에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은 받은 사랑에 감사하며, 받은 사랑을 나처럼 아파했던 사람들에게 갚아가며 살아가겠습니다.

가끔 인생이 힘들 때마다 주신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며 힘내며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감사할 것입니다.

건강하시고 어디에서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