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는 여행중 Jan 16. 2019

아이와의 유럽여행,
다시 가라고 한다면

지난 여행 파헤치기 : 유럽 편 08 - 에필로그

3년 반 전 만 9개월이던 율이와 함께했던 유럽 여행기가 드디어 끝이 났다. 여행을 다녀온 건 3년 반이나 지났지만, 여행기를 마무리한 지금에서야 정말 이 여행이 끝이 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즐거운 일들만 가득한, 녹록한 여행은 아니었다. 보고 싶은 전시를 눈앞에 두고도 여러 번 포기했고, 여행 중 짐을 줄이기 위해 나와 남편은 열흘을 거의 단벌로 다녔다. 또, 런던에서 내 휴대폰을 분실하고, 유모차에 앉기 싫어하는 율이를 하루 종일 힙시트에 안고 걸어 다니고, 파리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유모차가 실리지 않아 며칠 뒤 택배로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유럽 여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런 힘든 에피소드를 모두 뒤로 하고 '너무나 좋았다!'라는 짧은 한 문장이다.


이후에도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지금 데리고 다녀봤자 나중에 기억도 못할 텐데. 뭘 힘들게 데리고 다녀."였다. 맞는 말이다. 아이들의 기억력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대단하지 않다. 아무리 멋진 여행을 하고 왔다고 하더라도, 며칠만 지나면 대부분 잊어버리고 지금 눈앞의 신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과의 여행은 힘들다. 내 몸뚱이 하나만 신경 쓰던 시절보다 몸도 마음도 버거운 상황들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아... 여기까지 애들 데리고 괜히 온 게 아닌가.' 싶은 후회의 순간도 종종 있다. 하지만 집에 있다고 해서 육아가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듯, 아이와 여행한다고 해서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팩트는,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있든 없든, 여행을 떠날 때 내가 채워지고 행복을 느낀다. 이것이 힘이 들더라도 다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짐을 싸게 되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기억에 모든 것이 남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 기억 속에는 우리 아이들과 내가 여행을 함께 다니며 쌓은 추억들이 매우 촘촘하다. 이 소중한 추억들은,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두 아이를 혼자 돌보는 시간들을 버티게 해주큰 힘이 되어준다.


이번 여행기를 쓰면서 오랜만에 지난 페이스북 피드를 찾아보았다. 유럽에 다녀와서 내가 올린 첫 글에는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이렇게 적혀있었다.


'쉽지는 않지만 할만한 아기와의 여행!

다음에 또 갈 거냐고 물어보시면, 무조건 GO예요!'


이 짧은 문장이 너무나도 떠나고 싶지만 아이들 때문에 고민인 엄마 아빠들에게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우리 셋


작가의 이전글 프랑스 작은 도시에서의    소풍 같은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