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아(가명) 일어나야지."
새벽녘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겨울철 내복차림으로 자고 있던 저에게 어머니가 부리나케 점퍼를 입히기 시작합니다.
비몽 사몽 잠이 덜 깬 저는 눈을 비비며 어머니에게 넌지시 물었습니다.
"어디가 엄마?"
고요한 정적과 함께 어머니의 굳게 다문 입술에 더 이상 아무 말도 묻지 않았습니다.
가로등도 없던 어둡고 추웠던 그 새벽녘밤.
우리는 어렴풋이 집이 망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시절을 지나 보니 이 모든 것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찰나의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신기루처럼 사라진 부모님들과 방황하는 사춘기의 형제,
친척들 눈칫밥에 못 이겨 도망치듯 상경했던,
캐캐묵은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던
서울 반지하의 그 집.
그리고 그 집의 외로움 속에 방치되었던 나.
이름 모를 낯선 도시 사람들과
돈이 없어 굶던 그 시절,
영원할 것만 같았던 가난과 외로움 속에
커터칼 끝 값어치가 없던 내 목숨까지.
그러나 가슴 한 편에 또 다른 추억도 떠오릅니다.
중학생이 돼서야 처음 타본 지하철,
그것이 신기해 낄낄대던 형제와 나.
달동네의 눈부시다 못해 쏟아질 것 같은 별하늘과
손 내밀어 주시던 고마웠던 사람들.
말랐던 아빠처럼 딱딱했던 서랍장과
푹신한 엄마처럼 감싸주던 이불
그리고 어떻게든 살고 싶어 한 그 시절의 나까지.
그 긴 터널을 지나 밑바닥 인생에서
평범한 지금의 삶으로 돌아오기까지 느꼈던
소박하지만 단단한 생각의 단편들을
이제 한번 적어 내려가보려 합니다.
이 짧은 단상들이 당신의 인생에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길,
그리고 당신의 인생도 조금 더 평범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