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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yselfolive Jan 21. 2018

About | 순간을 쥔다는 것

Seize the Moment-딱 지금, 그 순간에 감동하고, 만족하고,

#memyself_잡다한생각

일요일 오후 열두시 삼십칠분을 지나가고 있는 지금.

딱 지금, 내가 속한 이 순간이 너무 반짝이고 뜻한바 없이 맞은 이 작은 설레임과 행복감을 바라보다가 웃음짓는다. 아이를 동물사랑단 캠프에 데려다주고 오롯이 주어진 다섯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며, 한시간 운동 후 혼자의 시간이 필요한 문서작업을 위해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 끈 조여매고 컴퓨터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길을 나섰다. 아이에게 달려가기 가까운 곳에 진을 치고, 일을 하다가 아이를 데리러 갈 생각이었다. 너무 익숙한 순간들이고, 익숙한 계획이다.

그렇게 자리 잡은 이 곳은 일요일의 애정어린 순간들을 보내려는 많은 사람들로 의외로 북적이는 용인의 한 카페이다. 카페에 들어섰더니, 호수를 마주하고 있는 큰 창들이 마음에 들었고, 그 창을 향해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햇살의 따뜻함이 마음에 들었다. 가장 구석 자리 자리를 잡고, 혼밥이 익숙하지 않은 내가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먹어야 하는 이 곳의 수제 시그니처 버거 세트와 커피를 시키고 일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시끄럽다는 생각을 하며 이어폰을 꺼내들어 멜론 DJ가 제시하는 "따뜻해져라, 마음을 녹여줄 따뜻한 하모니의 POP"리스트를 재생하였다. 무척 익숙하고, 수없이 마주했던 그런 순간이었다.

마음이 간질간질하니 지금 딱 행복해.

귓 속 가득 달달한 하모니의 음악 때문이었을까, 두꺼운 겉옷을 내려놓게 해준 이 따뜻한 햇살 때문이었을까, 그냥 딱 갑자기 마음이 간질간질하니 웃음이 베어나왔다.

문득 이런 순간순간들에 "고맙다" "행복하다" "설레인다" "좋다" 표현해주고, 내 곁에 붙잡아두고 싶어하는 나의 욕심이 발동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듣는 가장 많은 질문이, "어떻게 그렇게 매일 즐거워보여요?" "어디서 그 에너지가 나나요?" 이다. 나의 대답은 "매 순간을 잡고 싶어해서해서?!"일까. 아무것도 아닌 순간에도 나는 종종 "좋아!" "진짜 좋아!" "너무 좋지 않아?!" "꺄~행복해!"의 감탄의 말들을 뱉어낸다. 그것이 나를 이끄는 좋은 힘이라 느낀다. 그를 통해 내 곁의 사람들에게까지 그 힘을 전하고 싶어진 것이 나의 순간을 두배, 세배 더 값지게 살아내게 하는 힘이다.   

그 어떤 때, 힘들기도 해. 슬프기도 해.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잘 표현하는 반면에, 슬프고 힘든 순간에 대해서는 잘 표현할 곳이 없거나, 표현이 서툴거나, 들어줄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항상 친구도 많았고,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던 내가 정작 "딱 지금 힘들 때", "딱 지금 슬프고 눈물이 나려할 때". 그 순간에는 참아낸다. 오래 생각한다.

며칠 전, 나의 보스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게되었다고 팀에 발표를 했다. 나를 선택하는 결정을 내려준 그였기에, 나는 올 한해 나를 통해 그가 그의 "Greatest Choice"를 즐기길 바랬다. 그 순간들을 공유하지 못한 채, 그를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 나는 무척이나 슬펐다. 친구를 붙잡고 앉아서 그 슬펐던 순간들에 대해 종알종알 떠들었는데, 그 감정을 표현하는 그 순간에 "그게 뭐가 그렇게 슬프니"하는 친구의 손동작 하나에, 친구의 끄덕임 하나에, 친구에게는 전혀 공감되지 않은 순간과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이 참으로 미안했던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순간. 행복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기로...

긴 시간 좋아했던 "Seize the Moment"라는 이 말을, 영화를 보면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듣고 나니까, 그 말이 훨씬 더 오래 내 머릿속을, 마음속을 헤집고 돌아다니고 있는 걸보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하자고" "슬퍼하자고" "설레이자고" "놓아보자고" 그렇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들을 더 자주 해야겠다 생각을 하며 글을 쓴다.




Seize the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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