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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yselfolive Apr 15. 2018

About | 나는 충분하다

I am Enough - 완벽하지 않음에 대하여..

마음이 급한 출장길에 올랐다.

코 앞에 닥친 큰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할일이 태산인데, 해외 출장길이라니... 조급함에 총총대는 마음으로 짧은 출장 일정을 마주했다.

아침 일찍 도착한 시드니는 얼마전 다녀온 샌프란시스코에 비하자니 너무 깨끗하고 예쁘고 단정하고 따뜻한 도시였다. 뿌연 먼지 없는 새파랗고 예쁜 하늘이라니, 깊은 숨을 들이쉬니 초록냄새가 나는 듯한 깨끗한 공기라니. 호텔에 짐을 맡기고 호텔과 연계된 멋진 스포츠센터에서 가볍게 아침운동을 하고 샤워를 마치고 나니, 그저 어제밤 자고 일어난 나의 일상 중 하루가 시작되었다.


열두시간의 비행을 하고 도착한 도시였지만, 어제 아침 출근했던 것처럼 그렇게 나는 나의 작은 일상을 시작했다. 회사로 걸어가는 길목 길목에 작은 커피집들을 만날때마다 혼자 씽긋씽긋 웃었다. 매번 출장길에서 느끼는 그런 우쭐함과 설레임이다. 100% 나의 삶은 한국에서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이런 출장길은 나의 더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그 어느 시간의 보상과 같은 위로를 준다.

Flat White를 한 손에 쥐고, 그 따뜻함에 또 한번 미소 지으며 총총대고 왔던 그 마음을 어르며 회사로 향한다. 바쁜 마음과 손은 쌓여있는 이메일들과 할일 목록을 클리어하느라 쉴새 없었던 이른 아침이 지나갔다. 함께 일하지만 매번 화면 안에서만 만나던 다른 나라의 동료들을 만난다는 것, 함께 안고 있는 문제가 같다는 유대감을 느낀다는 것, 다른 누구에게 말해도 공감하기 어려운 작고 사소한 감정도 이해받는 것. 참으로 중요한 순간들이었다.


#선물같은 순간

기대하지 않고 있던 순간 마주한 선물은 그 감동이 더 큰 법이다.

오후 세션을 이끌어 준 Ben Crowe는 그 첫 미소부터 ‘내가 이해해요. 잘했어요.’ 그렇게 토닥임을 전해주는 사람이었다.

Courage, Telling my story with my whole heart

무엇이 나를 이끌어주는지, 나는 무엇에 열정을 다하는지, 무엇이 나를 즐겁게 하는지, 나는 과연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나의 생이 다할때 나는 사람들로부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그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의 시간은, 나의 삶의 목적에 대해서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나 스스로에게 자주했던 질문이었다.

내가 친구들에게 자주해주던 질문이었다.


무엇이 우리에게 성장을 가져다주는지, 우리가 즐기는 것과 우리가 잘하는 것들이 과연 조화롭게 잘 우리의 일상에 놓여져있는지, 그를 통해 과연 우리가 행복한 하루하루를 마주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마음 바닥이 간질간질하는 순간을 얻고 있었다.


#I am enough

문득, 그가 질문을 던졌다.

“I am enough”라고 생각해봤는지.

시큰해지는 코 끝을 꽁꽁 붙잡았다.

#Imperfection

완벽하지 않음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사람은 누구가 완벽하지 않아. 괜찮은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나를 토닥여본 적이 있었던가.
완벽하지 않았지만, 충분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던가.

학창시절에는 나의 단골 등수는 3등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1,2등이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대기업을 선택하는 대신 작은 회사에서의 시작을 선택했다. 물론 월급도 무척 적고, 할일은 몇배로 많았다. 매번 충분하지 않았다. 조금 더 큰 회사를 선택하지 그랬냐는 이야기를 그 당시 가장 많이 들었다.

항상 회사에서는 예산이 부족하고, 사람이 부족하고, 인식이 부족하고, 용기가 부족했다.
아이를 낳고는, 아이와 함께 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고, 회사에서 내 할일을 욕심껏 할 시간도 부족했다.

매번 그 상황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완벽을 위해 갈고 닦고 노력하고, 얻어내고, 성취해가려고 노력해왔다.

커다란 행사를 앞두고 나면 그렇게 해야 할 일이 쏟아져나온다. 그 일들을 하느라 잠을 줄여가며 호흡을 참아가며 징징거리더라도 끝까지 해내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리고는 행사날 당일이 되면 나는 모든 것을 '일어나는대로' 내버려둔다. 때론 잘못 인쇄된 쇼핑백이 오기도 하고, 무대 위 모니터가 나가기도 하고, 사람들이 앉을 의자가 부족하기도 하고, 장표에 오타가 있기도 한다. 그래도 그 때에 나는 나의 스탭들에게 “괜찮다. 충분히 최선을 다했으니, 오늘 일어날 일은 원래 일어날 일이었다”고 이야기해준다.

아이가 학교에서 단원평가를 보고,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보기도 했다. 학원에서 매번 단어 시험을 보고, 레벨 테스트를 본다. 틀린 문제를 가지고 온 아이에게 나는 “괜찮아. 틀리는 게 중요해. 부족한 게 중요한거야. 그래야 내가 뭘 모르는지를 새로 알게 되지. 틀려서 잘한거야. 이미 충분히 많이 잘했어”라고 이야기해준다.

나는 이 모든 순간에 나 스스로에게는 '충분하다'고 이야기해주었던가.

행사의 부족함이 보일 때면, 꾹꾹 스스로에게 눌러담으며 왜 내가 더 챙기지 못했을까, 내가 그 때 그걸 하나만 더 확인했더라면, 내가 어제 잠을 한시간만 더 희생했더라면, 내가 조금 더 예리했더라면 이런 부족함이 발생하지 않았을텐데라며 스스로의 불완전함에 대해서 곱씹고 곱씹었다.


아이가 틀린 문제를 들고 올 때면, 내가 아이와 보낸 시간이 조금 더 많았더라면, 시험 보기 전에 내가 아이와 미리 공부를 해줬더라면 이 부족함이 발생하지 않았을텐데라며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해서 아파했다.

나는 나에게 “충분하다. I am good enough” 충분히 잘했다고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던가.

충분히 잘하고 있다.
충분히 멋지다.
충분히 아름답다.
충분히 노력했다.
충분히 내 일을 좋아한다.
충분하다.

I AM ENOUGH.

지난 주말 읽었던 장인성님의 “마케터의 일” 책의 내용 중에, '팀원에게 지는 리더'에 대한 내용이 자꾸 떠올랐다.

우리는 사실 이기는 것에만 익숙해오지 않았는가.
학업도 누구보다 잘해야했고.
회사도 누구보다 좋은 곳에 들어가야했고.
일도 누구보다 잘하고싶고.
성공도 누구보다 빨리하고 싶고.

그러다가 리더가 되면 자꾸 자신의 사람들에게 '이기려고' 하는 리더가 된다.

좀처럼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안되는 일을 앞두고는 내가 좀 부족한가, 내가 좀 현명하지 못했는가, 내가 좀 리더쉽이 없는건가하며 그 부족함을 찾기에 급급했다.

또 어느새 이기려고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리더가 팀원에게 지면, 그 팀이 이깁니다.”라는 그의 글에서 다시금 나를 다독이는 순간이 되었다.


스스로에게 충분하다. 이기지말자.

이 두가지를 열심히 되새겨주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하며 시드니 출장길을 마무리한다.

그 사이에서도 쉴새없이 바빴고, 힘들다 백번 투정였던 출장길이었지만, 시드니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네 번의 예쁜 커피와 저녁식사하러 가는 페리 위에서 만난 별이 가득했던 하늘과, 아침 출근 길 가벼웠던 발걸음들, 그리고 나에게 또 한번 좋은 생각을 하게 해준 사람들 덕에 '충분히 행복했던, I am Happy Enough.” 출장길이었다.

GOOD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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