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 속 균형을 위한 처절한 노력이 여전히 필요한 시대
최근 입사자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모든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여성 리더쉽이 나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30대, 40대, 여성, 남성 고르게 섞인 나의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동일하게 들은 첫 대답이 "왜 달라야하죠? 여성이나 남성이나 리더쉽이라면 같은 것 아닐까요?"라는 대답이었다.
그 대답들이 반가웠다. 그리고 그 대답들이 슬프기도 했다.
나에게 "여성 리더쉽", "여성 리더"라는 단어가 특별해 진것은 나의 딸이 8살이 되던 해부터였다.
그 해, 시진핑 주석이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을 하면서, 중국의 많은 IT 기업인들과 함께 미중 인터넷 산업 포럼에 참석하게 되어 시애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수많은 미국의 IT 기업인들이 모두 모인 그런 자리가 있었다.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이매진컵 월드파이널 대회 응원을 하러 갔던 시애틀에서 우연히 우리는 그 분주한 장면들을 마주했다. 나도 처음 마주하는 시진핑 주석이라든지, 마크 주커버그, 마윈, 사티아, 팀 쿡등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두근대고 있을 때, 나의 아이가 나에게 질문했다.
30명의 리더들 중에 딱 2명의 여성 리더가 함께 서 있었다. 그 질문 이후에서야 보이기 시작했던 사실이었다. 그 이후, 나는 이러한 "불균형"의 현상을, 이유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성 리더쉽"이라는 단어를 콕 집어 생각이 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나는 우리 세상에 "여성인권", "Women's Day", "Women Group" 들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나는 종종 질문을 받는다. 그 이유를 "불균형을 위한 우리의 '조금 더'의 노력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라 답한다.
몇달을 준비하고, 수일을 잠을 못자며, 운동화의 밑창이 다 드러나도록 뛰어다니며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끝까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들, 아쉬운 부분들이 남게 되는 것은 다음의 우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 생각하고, 매 순간 다음을 다짐하며 내려오는 마지막 무대에서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질문들을 더 많이 받았다.
첫날, 24명의 스피커들 중에서 여성 스피커가 고작 4명에 불과했다는 점.(Day 2 세션까지 모두 다 하면 여성 스피커는 총 13명에 다다르지만, 그 비중은 여전히 낮다.) 참가했던 그 누군가들의 마음에 느껴졌을 그 불균형이 지금 내게 이 글을 써내려가게 하고 기록하게 하여, 또 한번의 다짐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체의 이야기를 묶어내고, 흐름을 만들고, 그 각각의 이야기에 스피커들을 만나고, 찾아내고, 공감하고, 공유하고, 준비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갈증을 느꼈던 그 한가지가 "여성의 비중"에 대한 불균형이었다.
몇 년전 세계 여성의 날, 한 여성 리더의 세션을 함께 듣고 있다가 나는 화를 냈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여성이 집에 가서 해야 하는 여러 의무들을 재차 강조하시던 그 분의 이야기가 자꾸만 나를 화가 나게 했다. 투덜대던 나에게 나보다 십여년 젊은 친구들이 다가와 이야기해주었다.
"부장님, 절대 그만두지 말아요. 꼭 계속 있어주셔야 해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너무 많이 포기했나봐요. 절대 포기하지 말고 있어주셔야 해요. 그래야 저런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시간이 올거 아니에요!"
그 이후, 많은 순간이 결국 나에게는 또 다시 "내가 반드시 이 자리에서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되어준 순간들이었다. 올해의 세미나의 그 뼈아픈 피드백에 우리는 한걸음 더 나아갈 이유를 얻었다. 그리하여, 그 무대에 서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는 가운데, 그 중 우리들의 여성 스피커들에게 "그 시간까지 그렇게 버티어 나아가주시고 계셔주셔서 감사하다"는 특별한 감사를 드리고 싶었다.
내가 속한 이 곳은 그 어느 조직보다 Diversity & Inclusion 다양성과 그 포용함에 대한 범위가 넓고, 성숙하다고 자부한다. 이 곳이기에, 더더욱 우리의 이러한 고민들과 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며 이 순간을 기록한다.
무대 위에서의 비중으로 보이지 않았겠지만, 이 거대한 행사를 이끄는 나는 "여성"이며, 나와 같은 여성으로 내 딸아이가 성장하길 바라는 "엄마"이다. 그리고 그런 나와 함께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낸 세명의 막강 멤버는 Yoobin, Katherine, Jinny 모두 "여성"이다.
무대 위에서 보이지 않았을 그 비율에 대한 답을 드리기 위해 무대 뒤의 우리들까지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 다음의 행사에는 더욱 "균형"에 대한 고민이 드러날 수 있는 시간으로 보답하리라 생각하며.
무대 위의 균형이 전부가 아니라 생각하지만, 그 '균형'을 "보이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