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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yselfolive Jan 27. 2016

About | 여자아이와 코딩

Better than me, Better than us

잔뜩 추워진 날씨, 궂은 빗방울들이 듬성듬성 지나간 하루. 과천과학관 Maker Faire Seoul에 아이와 함께 참여하면서, 지난 겨울 백여명의 여자아이들을 “Little Pink Coding Party” (https://www.facebook.com/media/set/...) 에 초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왜 여자아이들만을 위한 코딩 파티를 기획하셨나요?” 라는 질문을 꽤나 많이 받았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분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 그 한분은  타작마당에서 만나뵜던 마리끌레르의 한분과, 다른 한분은 지난주 포럼에서 뵌 고려대학교 김현철 교수님이다. 그리고 오늘 이런 생각을 더욱 곰곰히 하게 만든 분이 숙명여대 이지선 교수님이다.


마리끌레르의  그 여성 리더분께서 내게 “왜"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는지를 물어오셨고, 질문과 답변을 오고가면서 우리는 “여성"으로서 “여성"이기에라는 오래된 편견과 그리고, 그 편견으로 인해 만들어질 기회의 불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나누었다. 여자아이들은 테크놀러지와는 거리가 멀잖아, 넌 여자아이가 컴퓨터를 좋아하는구나? 그런 소소히 듣게 될 이야기들이 그 많은 “그녀"들을 얼마나 “주춤"하게 할지, 새로운 걸음 앞에 “뒷걸음"치게 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우리가 했던 그런 기회들이 그 아이들에게 “왜" 했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며 나의 기획의 깊은 그 곳의 이야기를 꺼내준 그 분께 감사했던 그 밤.


지난 시애틀 방문때 나는 나의 공주님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IT 리더들과 만나는 인터넷 포럼을 목격하였다. 내가 일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캠퍼스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나보다 더 큰 무엇을 그 내면에 서서히 키워가길 희망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함께  떠났던  여행길에서  큰  수확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그날을 지내고 뉴스에 오른 사진을 보다가 아이가 문득 “엄마 왜 근데 여기엔 여자들이 이렇게 적어?”라는 말에 속이 쓰렸다. 그 많은 리더들 중에 딱 두명만이 여자였다.  내가 다니는 우리 회사는 “Gender Diversity”에 대한 주제를 무척이나 중하게 다룬다. 매번 많은 리더들과 만날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 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체적으로 많은 상위 보스들은 대다수가 남자였다는 점. “강조함"은 그만큼 우리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던 질문이었다. 그래도 우리 회사의 본사에는 많은 여성리더들이 그 몫을 멋지게 해내고 있어, 아이에게 다시 이러한 이야기들을 짚어주며 그 질문에 답을 대신했지만 일을 하는 여성으로서, 여러가지를  깊게  안게  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주  포럼에서  만난  고려대학교  김현철 교수님은  내게  칭찬을  해주셨다. “Little Pink Coding Party”와 같은 시도 참으로 좋았다 하셨다. 그 때 교수님과 질문과 답변을 오고가며 정리한 내용.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들의 성향과 이해하는 방식, 취향 분명히 다른것이 당연하다. 이제껏 우리가 해온 많은 테크놀로지를 이해하는, 응용하는, 또는 컴퓨팅 사고능력을 기르고자 하여온 알고리즘 이해 교육, 자료의 구조등의 교육의 방식들은 남자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고안되어졌던 것이 아니었을까를 생각해봐야한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노력들이 필요한 것이 교육의 테두리이다. 여자아이들이어서  어떤  특정한 능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고방식의 훈련은 남녀구분없이 21세기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필요한 능력이기에 방법적 고안은 우리의 숙제이다.”라는 것이다.


Make Faire Seoul에서 두 남매 아이들을 만났다. 펠트 공예로 리틀비츠를 붙여서 귀여운 토끼도, 우스꽝스러운 괴물도, 생선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만들었다. 아이들은 무척이나 즐거운 모습이었고, 다른 어느 부스들보다도 우리 공주가 가장 오래 머물고 싶어했던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는 Faire shop에서 숙명여대 이지선 교수님의 바느질 회로 만들기 책을 데리고 왔다. 첫장을 시작하려는데 공주님께서 끄적끄적 그림 하나 그리고는 내게 내밀었다. 꼭 만들어보겠다면서 한참을 꺼내들지 않던 리틀비츠 통을 꺼내 들어서는 이것저것 연결하기도 한다.


아이의 그러한 Excitement 에 신이 나서 예전부터 이것저것 담아두었던 저장 목록의 것들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딸을 가진 아이의 엄마로서 해야 할 무엇인가가 또 다르게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마땅히 그들의 몫이 될 수 있는 기회가 그냥 시작부터 소멸되는 그런 경험은 겪지 않도록 하는 것.


여자아이들은 인형놀이를 좋아하잖아? 라고 했던 그 질문부터 시작한다.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세상이 흘러가는 방식을 더해,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경험의 순간을 선물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며. 인형에게 또다른 움직임을 선물하기로, 인형에게 색다른 옷을 입히기로, 인형에게 뜻밖의 방식으로 이야기 나누기로.



나보다 나은 여성으로, 나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나의 공주님을 상상하며. 오늘밤의 고민을 끄적임에 남겨둔다. 나의 또다른 한발 걸어감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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