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커리어를 위한 나의 재정렬 기록
커리어를 이어오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이 일을 해도 예전처럼 즐겁지 않을까?”
‘번아웃’이라 부르기엔 애매하고, 단순한 피로라고 하기엔 마음이 너무 무겁다.
그때 필요한 건 시간 관리가 아니라 에너지 관리였는데 어떤 일에서 힘을 잃고, 어떤 일에서 다시 살아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결국 그게 커리어를 오래, 단단하게 이어가는 핵심 역량이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은 커리어 고민을 “직무”나 “조직”의 문제로 본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건 ‘어떤 일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가’를 몰라서 흔들릴 때다.
나는 내 상태를 ‘Career Reset Journal’로 기록했다.
그리고 의외로 단순한 결론을 얻었다.
“일의 크기보다, 일의 방식이 나를 지치게 한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은 즐거웠다. 하지만 끝없는 조율과 모호한 방향성은 금세 에너지를 소모시켰다.
문제는 ‘과중한 업무량’이 아니라 에너지가 새는 구조였다.
(실제로 업무가 많아서 힘들다기보다, 나는 대체로 바쁠수록 오히려 몰입하는 편이다.)
돌아보니, 나를 소모시키는 일엔 공통점이 있었다.
목적이 불분명한 일: 왜 하는지 모르는 채로 진행해야 하는 일
관계가 불균형한 일: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해야만 굴러가는 일
기대치가 어긋난 일: 끝내도 인정받지 못하고 남는 허탈감
내 가치와 엇갈리는 일: “이게 맞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일
이런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면 ‘성과’는 남아도 ‘나’는 남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일과 사람 앞에 하나의 질문을 붙여 두었다.
“이 일은 나를 소모시키는가, 성장시키는가?”
이 단순한 문장이 내 의사결정을 훨씬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반대로 어떤 일은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
밤늦게까지 고민해도 지치지 않고, 시키지 않아도 더 잘하고 싶어진다. 그건 일이 쉬워서가 아니라, 내 가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내게 에너지를 채워주는 일은 이런 결을 갖는다.
결과가 의미 있는 일: 내가 만든 것이 누군가에게 실제로 도움 되는 순간
함께 성장하는 일: 동료의 피드백이 자극이 되어 서로 더 나아지는 흐름
내 기준으로 완성할 수 있는 일: 품질의 기준을 스스로 세우고 높여가는 경험
내가 믿는 방향과 맞닿은 일: “이건 해야 한다”는 확신이 드는 과제
결국 중요한 건 ‘일의 종류’가 아니라 ‘일의 결이 나와 맞는가’였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일은 내 장점이 드러나는가?
이 일은 나의 가치를 표현하는 방식과 맞는가?
이 일은 내 에너지를 소모시키는가, 아니면 확장시키는가?
세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당장은 힘들어도 그 일은 성장으로 귀결된다.
반대로 ‘아니요’라면, 그건 다음 스텝을 재설계하라는 신호가 아닐까 싶다
지금 내 에너지가 새고 있는 지점을 가리키는, 불편하지만 유용한 힌트.
나는 거창한 목표 대신, 에너지 중심의 기준을 세웠다.
명확한 목적과 결과가 있는 일에 시간 쓰기
피드백이 오가는 팀, 투명한 협업 구조를 선택하기
문제를 구조로 바꾸는 역할(설계·표준화·연동)에 집중하기
‘빠른 실행 + 배움의 루프’가 가능한 환경을 고르는 것
이 기준은 이직과 내부 이동, 프로젝트 선택에 모두 통한다. 회사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에너지의 흐름을 설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바쁨이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커리어를 지탱하는 건 시간의 양이 아니라, 에너지를 어디에 쏟느냐의 질이다.
“이 일은 나를 채우는가, 아니면 비우는가?”
그 질문에 솔직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오래, 더 단단하게 일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