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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Jul 11. 2023

무지개 다리


쌕쌕하는 힘겨운 숨소리. 어느새 밖은 붉게 동이 터오고 있었다. 

울다가 잠들기를 반복하며 나와 엄마, 아빠가 밤새워 지킨 자리에서 그렇게 뭉치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뭉치는 비숑 믹스견이었는데 엄마가 결혼하기 전,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했을 때 입양했다고 한다. 

그 후 아빠와 결혼하고, 내가 태어나 우리 넷은 한 가족이 되었다.


뭉치를 멀리서 보면 마치 하얀 솜사탕 한 덩이가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멀리서 나를 향해 뛰어와 안기면 그렇게 포근할 수가 없었다. 

그런 뭉치는 몇 해 전부터 뛰는 것도 조금씩 버거워하며 점점 나이가 들어갔고, 결국 우리 곁을 떠났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존재했던 녀석이 이제는 이 세상에 없다. 

누군가 뭉치를 숨긴 채 지독한 장난을 치고 있는 게 아닐까?


뭉치의 밥그릇이 놓여 있던 자리, 뭉치가 좋아하던 노란 쿠션, 지금도 이름을 부르면 분홍색 혀를 내밀고 귀를 팔랑이며 뛰어나와 폭 안길 것 같은데 말이다.

사실, 나는 뭉치에게 참 많은 비밀을 털어놓곤 했다.

유치원 때 같은 반 은성이가 자꾸 괴롭혀서 그 아이가 아끼며 가지고 다니던 파란색 미니카를 

유치원 담장의 벽돌 사이에 숨겨둔 일, 엄마랑 하루에 하나만 먹기로 한 캐러멜을 몇 개나 몰래 더 먹은 일, 초등학교 3학년 올라와서 박민재를 좋아하게 된 일, 해연이랑 다투고 난 후 흉본 일, 그 외에도 수많은 일을 뭉치에게 시시콜콜 고해바쳤다. 

그때마다 뭉치는 다 알아듣고는 내가 울고 있으면 눈물을 핥아 주기도 하고, 화가 나서 씩씩대고 있으면 품속으로 파고들어 마음을 녹여주었다. 

그리고 기쁠 땐 통통 튀는 비치볼처럼 폴짝폴짝 뛰며 함께 해 준 또 다른 나의 분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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