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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Jul 23. 2023

거꾸로 돌아가는 대관람차

그런데, 맑았던 하늘의 저 먼 곳에서 먹구름이 점점 드리웠다. 구름이 흐르는 속도가 제법 빠르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이내 유리창에 ’투둑‘하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금세 어둑해진 하늘 때문에 좀 당황해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대관람차는 두려워지는 내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점점 하늘 위로 향했다. 

점차 굵어지는 빗방울은 유리창을 두드리고 하늘은 금방이라도 바닥으로 가라앉을 듯한 먹색으로 변했다. 

심지어 저 멀리서 ’쿠궁‘하고 천둥소리마저 들려 왔다. '으악'하고 외마디 비명이 튀어나왔다. 

창틀을 꼭 잡은 채 빼꼼히 밖을 내다보니 내가 타고 있는 칸은 대관람차 거의 꼭대기에 다다른 듯했다.

“아, 설마 여기서 벼락 맞아 어떻게 되는 건 아니겠지? 오, 제발….”

나도 모르게 긴장한 두 손을 맞잡고 마치 기도하는 듯이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혼자 대관람차를 타러 오는 게 아니었다며 후회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맑았던 하늘에 이게 웬 날벼락인가? 갑자기 온몸이 으슬으슬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대관람차가 ‘덜커덩‘ 멈췄다. 나는 다시 비명이 터져 나왔고 겁에 질린 채 밖을 살짝 내다보았다. 

그런데 하늘의 구름이 빠르게 걷히기 시작했다. 빗방울도 조금씩 줄다가 이내 그쳤다. 

거짓말처럼 햇살이 쨍하게 비추는 것이었다. 대관람차가 다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휴, 살았다!”

나는 다시 두 손을 모아 잡고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어, 어? 뭐야, 뭐야?”

어서 내려 주길 바라는 눈으로 밖을 내려다보니 대관람차가 올라왔던 방향을 거슬러 다시 내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했지만 어쨌든 다시 하늘이 맑아졌고 내려가고 있으니, 마음이 좀 놓였다. 

평소에 대관람차를 타고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확 트이는 것 같아 좋았지만, 이번만큼은 어서 빨리 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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