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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Jul 20. 2023

축! 당첨

  

-한별 제과 50주년 이벤트 응모권-

스크레치 부분을 동전으로 긁어 당첨을 확인하세요!-


난데없이 튀어나온 응모권과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 귀여운 할머니가 떠올라 나는 ‘풉’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게 얼마 만에 웃어보는 건지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응모권을 긁어보기로 했다. 

주머니를 뒤적이니 마침 100원짜리 동전이 손에 잡혔다. 

벤치에 응모권을 펼쳐놓고 스크레치 부분을 동전으로 긁자 점점 나타나는 글씨.


한별 제과 빌딩 ‘드림 시티’의 <대관람차 탑승교환권>


이건 또 뭔가? 대관람차 탑승권이라니!

집에서 멀지 않은 무원동에는 한별 제과 본사 빌딩이 있고 대형 쇼핑센터가 붙어 있다. 

친구들과도 가끔 놀러 갔던 곳이다. 그 쇼핑센터의 대관람차는 사람들이게 인기 있는 장소였다. 

그런데 당첨된 대관람차 탑승권의 유효기간을 보니 5월 4일? 휴대전화 액정의 날짜와 응모권을 번갈아 보았다. 대관람차에 탑승할수 있는 건 오늘까지이다! 탑승권을 쥐고 있던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지하철로 세 개의 역만 지나면 대관람차가 있는 무원역에 갈 수가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공원 옆 지하철 입구로 향했다. 이상하리만치 내 발걸음은 아무 망설임이 없었다.


무원역에 내려 한별 제과 빌딩이 있는 3번 출구로 나갔다. 주말에 사람들이 붐비는 출구는 쇼핑센터 연결되어 있어 대관람차 타는 곳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갈 수 있었다.

이윽고 대관람차 탑승 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휘잉’하고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며 바람이 뺨을 가볍게 스쳤다. 어디선가 익숙한 샴푸 향기도 풍겨오는 것 같았다. 이끌리듯 매표소로 향해 손에 쥐고 있던 탑승권을 내밀었다.

“저, 탑승권이 당첨되어서요. 대관람차를 탈 수 있는 날짜가 오늘까지던데요.”

매표소 부스 안에 앉아있던 직원은 나를 한번 올려다보더니 스탬프를 응모권에 한번, 탑승권에 한번, 능숙하게 찍고는 표를 내 쪽으로 내밀며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올 때 이 티켓 잘 보관하세요.”

“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지만, 티켓을 받아 들고 탑승구로 향했다.

탑승구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이 내가 내민 티켓의 바코드를 리더기로 삑 하고 찍었다. 확인을 마치고 티켓을 다시 주머니에 잘 넣었다. 

천천히 돌아가는 대관람차를 올려다보았다.  드디어 내 앞에 초록색 칸의 대관람차 문이 열렸고 그 안으로 올라탔다.  무게에 살짝 흔들거려 얼른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철컹’ 문이 닫히고 대관람차는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저 멀리 빌딩들이 조그맣게 멀어지고 질서 있게 선을 그은 듯한 도로를 따라 장난감 같은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여기서 보니 참 작은 세상이네. 여기서 내려다보면 나도 개미처럼 보이겠지?’

조금씩 멀어지는 작은 세상을 바라보며 잠시 머릿속이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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