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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Nov 07. 2023

입영 전야 5화

따로, 또 같이 도쿄여행

일본의 각 지역을 잇는 철도 신칸센은 일본 여행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아들은 신칸센을 탈 때는 도시락이 빠질 수 없다며 도시락을 사자고 했다. 

역시 내 아들, 배운 남자!  

일본 철도의 각 역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에키벤'이라 하는데 이 또한 명물이다.

우리는 역 안의 도시락 가게에 들어갔다. 

아기자기하게 담긴 도시락의 향연에 눈이 즐겁다.

고르기도 힘들 정도로 즐비하게 진열된 도시락들 사이에서 아들도 꽤 신중한 표정이다.

무엇을 골라야 잘 골랐다고 소문 날 것인가 우리는 잠시 도시락 앞에서 토론을 벌인다.


아들은 돼지고기 생강구이에 도톰한 계란말이와 된장소스로 버무린 나물이 든 도시락을 선택했다.

역시 녀석의 성격답게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메뉴이다. 

나는 사진 촬영을 염두하여 알록달록 여러 반찬이 칸칸이 배열된 도시락을 골랐다. 

내 도시락 안에는 각종 채소 조림, 새우튀김, 주먹밥과 도미구이가 알차게 담겨있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라는 심정을 반영한 선택이다. 

나고야를 포함하는 아이치현에는 일본 된장과 도미가 맛있기로 유명하니 각자의 도시락에는 아이치현의 특산물도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도시락 두 개로는 왠지 섭섭하다. 

고등어 초절임 초밥 도시락을 하나 더 고르고 좋아하는 계절 한정 맥주를 손에 들고 나서야 가게를 나섰다. 

아무렴, 그렇지! 기차여행은 바로, 이 맛 아니겠는가?

언젠가 신칸센을 타고 일본 전국을 누비며 각 지역의 역마다 판매하는 다양한 도시락을 맛보는 것이 로망이기에 더욱 설레었다. 


신칸센은 나고야를 뒤로하고 힘차게 달렸다.

이윽고 창밖의 시골 풍경은 그림처럼 펼쳐졌다.  

눈 덮인 후지산을 배경으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의 도시락과 맥주 한 캔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그렇게 달디단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도쿄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도쿄 여행에서는 조금 다른 콘셉트를 잡았다. 

일명 ‘따로, 또 같이 여행’

같은 호텔의 싱글 룸을 두 개 예약하여 각자 사용했다. 함께 다니기도 하지만 때로는 혼자 여행을 즐기기로 말이다. 아들이 어렸을 때는 계속 붙어 다니는 게 당연했지만, 이제는 아들이 나를 데리고 다닐 정도로 자랐으니 혼자 시간을 갖는 것도 존중하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친구를 만나거나 혼자여행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아들이 가고 싶어 했던 부엉이 카페를 함께 가기도 했다.

음악적 영감은 밤에 떠오르는 거라며 그 때문인지 생활 패턴도 야행성인 아들.

아마도 밤을 좋아하는 녀석에게 부엉이는 마치 마스코트와도 같은 느낌인가 보다.

특히 수리부엉이를 직접 보고 싶어 했는데 가까이 보고 교감해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가 컸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부엉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도쿄에는 부엉이를 직접 볼 수 있는 카페들이 몇몇 있다. 하지만 일부 체험소는 부엉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이거나 관리가 잘 안 되어 있기도 하여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부엉이에 대한  관리가 잘되어있고 깨끗한 아키하바라의 부엉이 카페 <후쿠로우>로 향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부엉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놀랄 정도였다.

부엉이들이 스트레스를 최대한 받지 않도록 관리사가 알려 주는 지침에 따라 마음에 드는 부엉이를 선택하여 팔에 직접 올려보며 교감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수리부엉이를 자기 팔에 앉혀보며 신기해하는 모습은 근래 들어 아들이 가장 즐거워했던 모습이었다. 덕분에 나도 귀여운 부엉이와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시부야의 주말 저녁.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식당에서 음식에 감탄하기도 했고, 상점가를 구경하며 서로의 취향에 대해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음악을 하는 아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시부야의 ‘타워 레코드’에도 들렀다. 

7,8층의 빌딩 전체가 각종 음반들로 가득한 곳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켄드릭 라마’와 ‘누자베스’ ‘빌 에반스’를 거쳐 내가 좋아하는 ‘퀸’과 ‘U2’ ‘야마시타 타츠로’등…. 힙합에서 재즈, 시티 팝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음악 감상회가 열렸다.


결국, 우리는 여러 음악가의 이름이 나열된 긴 영수증을 휘날리며 양손 무겁게 음반들을 들고 겨우 숙소로 향했지만 말이다.


-6편에 계속

아들 팔에 앉아 있는 수리부엉이/ 부엉이 카페 [아키바 후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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