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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Nov 09. 2023

입영 전야 6화

먹방 콤비, 미식의 추억

우리의 여행에서는 음식도 빠질 수 없는데 아들과의 폭풍 먹방은 쿵작이 잘 맞는 콤비랄까?

계획형과는 먼 여행에서는 현재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구글맵을 검색해 근처 식당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줄 서느라 시간을 쓰지 않고도 의외로 꽤 괜찮은 현지 맛집을 노련한 형사처럼 잡아낼 수 있다.

아들과 매의 눈으로 그렇게 찾아낸 식당들은 대체적으로 꽤 만족스러웠다. 사실 여행자들이 많이 간다는 맛집 리스트는 좀 식상하기도 하고 막상 가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종종 있지 않은가? 

여행은 낯선 곳을 탐험하는 마음으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짜릿한 맛이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오모테산도의 골목 어딘가에 서서 근처 초밥집을 구글맵으로 검색하여 안내하는 대로 찾아갔다. 하지만 식당은 보이지 않고 적막한 골목 어귀에 식당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건물의 허름한 계단.

우리는 여기가 맞네, 아니네, 실랑이 끝에 겨우 계단을 올라가자, 간판도 없는 초밥집이 불빛을 내고 있었다. 

외관과는 다르게 그 작은 식당은 신선하고 맛있는 초밥과 추천받은 일본주까지 즐거운 반전을 선사했다.

한껏 고무된 우리는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며 2차 미식회를 하기로 하고 밤거리를 배회했다.

이윽고 골목 어귀 커다란 등이 달려있는 가게의 미닫이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훅하고 달려들었다.

잘 달구어진 철판에 원하는 재료를 넣어 고소하게 부쳐낸 오코노미야키는 그야말로 맥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다이어트는 어느 나라 단어냐며 포만감에 밤이 깊어 갔다.


늦장을 부리며 일어난 날도 잘 챙겨 먹는 것은 기본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마침 숙소 근처에 막 문을 열고 있던 식당에 들어가서 정갈한 소바와 햄카츠로 깔끔하 하루를 시작했다. 

어느 날은 길을 걷다가 쇼케이스에 전시된 음식 모형에 이끌려 느닷없이 우동 가게에 들어가기도 했다.

탱글한 우동 면발로 아들의 시원한 면치기 한 판! 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아들의 면치기 소리는 나갔던 식욕도 돌아오게 만든다. 매끄럽고 쫄깃한 면발의 고기전골 우동, 카레 우동, 차가운 우동에 군만두와 명란 구이마무리했다.

우리는 미식가이지 대식가는 아니라는 말을 해본들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여행의 막바지까지 기력을 돋우자며 먹은 장어구이가 듬뿍 올려진 덮밥도 녹진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 화려한 식사였다. 이쯤 되니 나고야에서 먹었던 된장 돈가스도 생각이 난다. 아들의 친구가 나고야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며 추천했던 건데 달근하고 짭조름한 된장소스에 바삭한 돈가스의 조합이 그렇게 좋을지 몰랐다.

역시 우리의 여행에서 음식이 빠지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음식의 취향이 잘 맞는 아들과의 여행에서는 더욱 즐거운 시간을 향유하게 된다.

그러면서 따로, 또 같이 지내던 여행은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며 각자 경험한 것을 나누며 여행이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쉽게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어느덧 끝을 향해 가는 도쿄의 마지막 밤.

포장마차가 즐비한 색색의 조명 사이로 두런두런 이야기가 흘러간다. 시끌벅적한 사람들 속에서 아이와 사람 사는 얘기를 한다. 나보다 훌쩍 커버린 든든한 녀석이 앞에 앉아 있는 걸 보니, 세월을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더욱 진해진다. 서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이 시간이 언젠가 그리워지겠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그런데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 되어 갈수록 슬슬 두통이 느껴지며 왠지 싸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결국, 한국에 도착한 밤부터 나는 앓아누웠다. 여태까지 잘 피해 온 코로나 녀석이 덮쳤다.

이 죽일 놈의 코로나!

행복했던 여행의 대가는 참 많이 매서웠다.


ㅡ 7화에 계속

도쿄의 마지막 저녁 아들과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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