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행에서는 음식도 빠질 수 없는데 아들과의 폭풍 먹방은 쿵짝이 잘 맞는 콤비랄까?
계획형과는 먼 여행에서는 현재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구글맵을 검색해 근처 식당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줄 서느라 시간을 쓰지 않고도 의외로 꽤 괜찮은 현지 맛집을 노련한 형사처럼 잡아낼 수 있다.
아들과 매의 눈으로 그렇게 찾아낸 식당들은 대체적으로 꽤 만족스러웠다.
사실 여행자들이 많이 간다는 맛집 리스트는 좀 식상하기도 하고 막상 가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종종 있지 않은가?
우리는 낯선 곳을 탐험하며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짜릿한 맛을 선택했다.
그러던 중 오모테산도의 골목에 선 채, 구글맵으로 검색하다가 한 식당이 레이더에 포착되었다.
우리는 안내대로 따라갔지만 아찌 된 일인지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식당이라곤 있을 것 같지 않은 건물의 허름한 계단이 나타났다.
아들과 나는 여기가 맞네, 아니네, 실랑이 끝에 겨우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 끝에는 간판도 없는 초밥집이 불빛을 내고 있었다.
외관과는 다르게 그곳에서 신선하고 맛있는 초밥과 잘 어울리는 일본주까지 즐거운 반전을 맛보았다.
성공적인 식당 선택에 한껏 고무된 아들과 나.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며 2차 미식회를 하기로 하고 밤거리를 배회했다.
이윽고 골목 어귀 커다란 등이 달려있는 식당의 미닫이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훅하고 달려들었다.
잘 달구어진 철판에 원하는 재료를 넣어 고소하게 부쳐낸 오코노미야키는 그야말로 맥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다이어트는 어느 나라 단어냐며 포만감에 밤이 깊어 갔다.
늦장을 부리며 일어난 날도 잘 챙겨 먹는 것은 기본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숙소 근처에서 영업 개시를 알리는 노렌을 문 앞에 걸고 있던 소바 식당.
정갈한 소바와 햄카츠로 깔끔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또는 길을 걷다가 쇼케이스에 전시된 음식 모형에 이끌려 느닷없이 우동 가게에 들어가기도 했다.
탱글한 우동 면발로 아들의 시원한 면치기 한 판!
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아들의 면치기 소리는 나갔던 식욕도 돌아오게 만든다.
매끄럽고 쫄깃한 면발의 고기전골 우동, 카레 우동, 차가운 우동에 군만두와 명란 구이로 마무리.
이쯤 되니 도쿄에 오기 전 들렀던 나고야의 된장 돈가스도 생각이 난다.
아들의 친구가 나고야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며 추천했던 음식.
달근하고 짭조름한 된장소스에 바삭한 돈가스의 조합이 그렇게 좋을지 몰랐다.
여행의 막바지에는 장어구이가 듬뿍 올려진 덮밥. 녹진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 화려한 식사였다.
여행의 막바지에는 장어구이가 듬뿍 올려진 덮밥.
녹진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 화려한 식사였다.
역시 우리의 여행에서 음식이 빠지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취향이 잘 맞는 아들과 더욱 즐거운 시간을 향유하는 여행.
따로, 또 같이했던 여행은 각자의 여행 스타일을 존중하며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쉽게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어느덧 끝을 향해 가는 도쿄의 마지막 밤.
포장마차가 즐비한 색색의 조명 사이로 두런두런 이야기가 흘러간다.
시끌벅적한 사람들 속에서 아들과 사람 사는 얘기를 한다.
나보다 훌쩍 커버린 녀석이 앞에 앉아 있는 걸 보니, 세월을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더욱 진해진다.
서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이 시간이 언젠가 그리워지겠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그런데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 되어 갈수록 슬슬 두통이 느껴지며 왠지 싸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결국, 한국에 도착한 밤부터 나는 앓아누웠다.
여태까지 잘 피해 온 코로나 녀석이 덮쳤다.
이 죽일 놈의 코로나!
행복했던 여행의 대가는 참 많이 매서웠다.
ㅡ 7화에 계속
도쿄의 마지막 저녁 아들과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