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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Nov 14. 2023

입영 전야 7화

님아, 그 찌개는 하지 마오!

일본 여행에서 돌아온 후, 코로나로 앓아눕는 바람에 거의 1주일을 좀비처럼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한시가 아까운 이 마당에….

가뜩이나 밤낮을 바꿔서 사는 아들의 건강이 염려되어 입대 전에 열심히 체력 보충을 해주려 했건만, 몸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러다 겨우 조금씩 회복해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또다시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무엇을 먹어도 거의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코로나의 여러 후유증에 대해 들은 적 있으나 ‘미각상실’이라니!

나에게는 거의 재앙 수준의 사건이었다. 

정말 눈앞이 깜깜했다. 설마, 이대로 계속되는 건 아니겠지? 

맛있는 집밥을 후회 없이 해주고 싶었는데 음식의 간을 맞출 수가 없어 당황스러웠다. 

입대를 앞둔 아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인데….


내 걱정과는 달리 아들은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이냐며 ‘배달의 민족’을 시시때때로 호출했지만, 머지않아 ‘짬밥’의 세계로 녀석을 들여보내야 하는 어미 심정은 그게 아니었다.

미각 상실 후, 일주일도 훌쩍 지났건만 여전히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다이어트가 절로 된다는 점 빼고는 여전히 충격의 나날이었다. 

일부러 맵고 자극적인 음식들을 꾸역꾸역 맛보며 무뎌진 미각 찾기를 했고 2주 넘어서부터는 다행히 조금씩 돌아왔다. 휴… 천만다행이었다.


미각이 슬슬 느껴지자 열심히 집밥 만들기에 매진했다. 

아들에게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가며 3일에 한 번 정도 새벽 배송으로 재료를 냉장고에 채웠다. 

각종 파스타부터 국, 탕, 찌개, 구이…. 

거의 맞춤 메뉴로 차려 바치는 음식들을 아들은 넙죽 받아먹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아, 우리 엄마는 참 음식을 잘하셔. 뭐랄까? 집밥이지만 세련 됐다 할까? 아무튼 맛있어”

“어머! 그래? 역시 먹을 줄 아네, 우리 아들! 그러게, 너는 참 좋겠다! 엄마가 이렇게 음식을 잘해서. 

세련된 집밥 많이 먹으렴!”

칭찬으로 하늘까지 치솟는 내 설레발에 아들은 웃음을 뿜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식탁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를 아들은 여느 때와는 달리 씁쓸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는 거였다. 그제야 ‘아차’ 싶었다.

“아, 부대찌개가 이렇게 슬픈 음식이었나?”

아들의 낮고 쓸쓸한 한 마디.

“앗! 어떡해. 왜 하필 내가 부대찌개를 끓이고 싶었을까? 아임 쏘리다, 아들.”

부대찌개에서 하얀 김이 아른대는 너머로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 와중에 아들은 라면 사리까지 넣어 싹싹 먹어 주었다.


얼마 후, 아들은 연기했던 입영일을 재신청하여 날짜를 다시 잡기로 했다. 

그런데 그것도 만만한 게 아니었다. 

원하는 날짜로 입영일을 선택하는 것은 마치 아이돌 콘서트의 티켓팅을 방불케 하는 선착순 시스템이었다. 

병무청 사이트에 매주 월요일에는 월별로 입영 신청할 수 있는 공석이 공지되며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선착순으로 그 공석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2시를 알리는 벨이 울리고 입영 신청이 오픈되면 많은 신청자가 몰려 폭풍 클릭을 하니, 단 0.5초 만에 신청마감이 되어버렸다. 

몇 주 동안의 이렇게 시도한 끝에 원하는 날짜를 잡지 못한 아들은 입대를 더 늦출 수 없다며 신청자가 적은 푹푹 찌는 삼복더위로  입영일을 신청했다. 나는 이 더위에 훈련하기 힘들 테니 다시 입영일을 잡아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됐어요. 들어가면 어떻게든 다 하겠지. 너무 더우면 힘든 훈련은 조절해 주긴 한대.”

본인이 남 말 하듯 하니 나도 더 어쩌지 못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8화에 계속

그날의 짠한 부대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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