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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Nov 16. 2023

입영 전야 8화

엄마는 검색왕!

점점 입영일은 가까워지고 하루가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정말 그날이 오는 건가 싶었다. 아들도 덤덤하게 지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밥을 먹다가 종종 아련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거나,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하고 온 듯한 녀석을 보니 심란한 마음을 나름대로 추스르고 있는 것이리라. 그 마음을 어찌 모를까?


한창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을 나이에 나라의 부름을 받고 1년 6개월을 매여있어야 하는데…. 

물론 나라를 지키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건 자랑스럽고 대견한 일이지만, 엄격한 군대 생활은 몸도 마음도 힘든 일이 될 터였다. 내 아들의 일이 되니 더욱 깊이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대로 멍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

나는 지인을 통해 들은 적 있는 한 포털 사이트의 입영 관련 카페를 검색했다. 

아들을 입대시킨 가족들과 아들의 애인들, 소위 ‘곰신’들이 소통하는 곳이었다. 

회원 수도 꽤 많은 큰 커뮤니티였다.

평소에는 이런 커뮤니티 활동을 그리 참여하는 편이 아니지만, 난생처음 아들을 군대에 보내려니 막막했고 정보가 필요했다.


이리저리 주워들은 정보만으로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당장 카페에 가입하고 입대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눈에 불을 켜고 찾기 시작했다. 

예전 군대와 많이 달라졌다지만 그래도 군대는 군대다. 

녹록지 않을 생활에 그나마 고생을 덜 하려면 준비만이 살길이다.


입영 전에 준비할 것들, 입영 시 가지고 가면 유용한 것들과 각 훈련소에 반입 가능한 물품, 입영일 전날에 묵기 좋은 근처 숙소 추천까지 어쩌면 그렇게 친절한지…. 

다양한 꿀팁들을 카페 선배들에게 전수받아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훈련소 입소 때 가져갈 준비물 중에 난데없이 두루마리 휴지까지 보이자 아들은 갸우뚱하며 한마디 한다.

“엄마, 휴지까지 가져가는 건 너무 오버야, 오버.”

“아냐, 군**카페에 엄마들이 올려놓은 거 보니까 가져가는 게 좋다더라. 암튼 가능한 목록대로 가져가고 필요 없으면 집으로 다시 보내면 되니까 일단 넣어둬.”

나는 노파심에 고집을 부렸다. 

단순 여행이었다면 이렇게 챙겨 넣는다는 건 내 사전에 없겠지만 이건 체험 캠프도 여행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부피를 줄이고 물품마다 견출지에 이름도 써서 붙었다. 

하나씩 아들의 이름을 붙일 때마다 마음이 먹먹하게 올라왔다.

팔꿈치, 무릎 보호대 등에는 손수 바느질까지 하며 아들의 이니셜도 새겨 넣었다.

유난스럽다 해도 그건 아들의 무사무탈을 비는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


배낭에 준비물들을 챙겨주며 잘 찾아서 사용하기를 아들에게도 당부했다. 

몇 번이나 반복되는 당부에 말릴 만도 했겠지만, 어쩐지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다 듣고 있었다.


-9화에 계속

이름을 써넣어 붙였던 견출지와 입영 날 메고 간 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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